숨을 타고 - 하연철

시커먼 분장을 하고 밤하늘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아니라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

 

발밑에 자라는 민들레 씨를 두어 개 꺾어 철모에 달아본다.

 

그래도 생각나면

 

나는

 

후 하고 불어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선 너머로 보내본다.

 

별들도

 

후하고 불어

 

미리내를 비춰 길을 만든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분명 받으셨다.

 

왜냐면

 

저렇게 마루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니깐.

 

△보초를 서면서 밤하늘의 아버지에게 민들레 꽃씨를 불어 보내는 아들, 그런 아들의 마음을 받아 은하수 길을 열어주는 별들,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산마루로 내려오는 아버지. 가슴 한 쪽이 싸하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아들이 부르면 언제든, 어디서든 대답한다. '오냐, 나 여기 있다'.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