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문턱, 노인위한 '전북'이 없다 ⑨ 전문가 좌담회

"초고령사회, 연대 정신 기반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 지난달 27일 전북일보사 편집국장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혁일 기자

‘초고령사회 문턱, 노인을 위한 전북이 없다’ 기획취재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무관심이다. 불과 5년 후면 노인 빈곤, 질병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초고령사회 문턱, 노인을 위한 전북이 없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전북도 차원에서 관련 전담팀을 꾸려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 관련 정책을 만드는 일은 노인복지과 한 부서에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 일자리, 주거, 안전 등을 총괄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시·장소 = 11월27일 오후 2시 전북일보사 편집국장실

 

△사회 = 김정엽 기자

 

△토론자 = 남상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호남지역본부장, 정상근 전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 이중섭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서양열 금암노인복지관장

 

-사회 = 고령화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느린 서울시가 고령친화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2020 고령사회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관련 조례를 제정, 학계·전문가·법조인·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고령친화도시 추진위원회를 꾸려 ‘서울어르신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전북지역도 이런 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이중섭 = 전북도는 한 해 1조9000억 원의 복지예산을 쓴다. 이 안에서도 갈등 구조가 있다. 노인 복지 분야에서 배분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많이 주면 다른 쪽이 반발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분야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합의는 행정기관의 일방적 결정으로는 어렵다. 노인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탐팀이 구성돼 여기에서 결정해야 한다.

 

△서양열 = 노인 일자리만 해도 상당히 깊이 있는 분야다. 정치, 사회, 의료, 복지 등과 상당 부분 연결돼 있으며 어느 하나를 배제하고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청년들이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문제까지 생각하면 전담팀 구성은 시급한 문제다. 전담팀이 자치단체간의 연대를 만들어 예산과 정책의 공유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상근 = 노인복지 자원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자원들의 연계만 이끌어내도 한정된 예산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전담팀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는 노인 일자리다. 매해 노인 인구가 늘면서 일자리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상현 = 노인 일자리를 소모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 같은 작은 일자리가 모여야 청년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지역 안에서 1·2·3차 산업의 개념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산업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완주 로컬푸드다. 이처럼 전북만의 특색을 갖고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은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다. 또, 기업이 노인들에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노인복지와 관련된 기관이 연대해 자금관리 은행을 지정, 이 은행으로부터 발전기금을 받는 것도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

 

△서양열 = 정부나 자치단체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노인친화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고령자 채용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또 정부나 자치단체가 고령자 친화기업이 생산한 물품을 일정 비율로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적으로 봤을 때는 도내 14개 시·군에 대표 관광상품을 만들어 노인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한옥마을 어르신 포도대다. 여기에 소속된 노인들은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정상근 = 노인 일자리 창출은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인들은 일을 통해 활력을 찾으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도 천문학적인 돈이 노인 의료비용으로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을 보면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하는 공동생활 형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로당을 활용해 여가생활이나 소일거리 등을 제공해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 가치를 기반으로 노인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이런 노인들의 연대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독일의 경우 이런 연대가 노인협동조합 형태로 발전해 다른 사람에게 노동력을 제공한 만큼 자신이 시간이나 돈으로 돌려받고 있다.

 

△서양열 = 청년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복지까지 떠안아야 하는 젊은 세대들과 노인들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 청년들이 노인이 되면 이들을 부양할 사람이 없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문제를 어느 한 세대의 책임으로 치부해 버리는 자세를 지양해야 하는 것이다. 세대간 연대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대도 중요하다. 예산 문제로 중앙만 바라봐야 하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최소한 기초연금 만이라도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줘야 지역의 숨통이 트일 것이며, 이렇게 되면 양질의 노인복지가 가능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