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은이 그리운 이유

풍부한 지식과 경험으로 인간 심리 정확히 꿰뚫어 능력 우선시 인재등용해

▲ 최성칠 변호사

소은은 산중에 살고 대은은 저자에 산다. (小隱隱陵數 大隱隱朝市)

 

중국 진나라 왕강거의 반초은(反招隱)이라는 시의 글귀이다. 우리가 통상 은자하면 속세가 싫어 숨어사는 사람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은자라고 하면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으로서 지자와 현자를 섞어 놓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교철학이 생활에 깊이 스며든 중국지식인들사이에서는 유교적인 표현보다는 도교적인 혹은 불교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감정이나 주관을 피력한 시들이 많다. 소은이나 대은이나 모두 삶의 원칙을 깨달아 일반인들의 사표가 될 만한 사람들이지만 깨달음의 방향이나 정도, 사회에 끼친 영향력 등에서 소은보다는 대은을 한 수위로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소은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염이 싫어 산중내지 외로이 살면서 자신만의 철학, 이념, 학문을 존중하고 동류들하고만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대은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돈 일원에 아웅다웅하고 배반, 모략 등이 난무하는 시장, 조정 등지에서 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면서 소임을 잘 완수하고 자신들의 삶과 가르침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는 북송시대의 스님 곽암이 출가해서 득도하는 과정을 소를 찾아 타고 돌아오는 그림으로 표현한 심우도의 마지막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득도하면 혼자 산이나 절에서 사는 게 아니고 중생들과 어울려 살면서 전도하는 게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직접 민주정을 제일 먼저 도입했는 데 그 때 지도자는 현실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중에서 사회에 필요한 공용물건을 기부하는 조건을 이행한 사람만이 자격이 주어졌다.

 

이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급들에게는 어떤 속성을 원했는 지 즉 어떤 유형의 인물을 바랐는 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류사회는 부침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진보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 그 발전의 이면에는 자신의 희생을 마다않고 연구, 주장, 실현하고자 했던 다양한 부류의 지도자, 천재, 선구자들이 있었다.

 

열국지에 관포지교의 주인공들인 관중과 포숙아의 관계가 나온다.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관중은 포숙아에 비해 항상 욕망에 충실했고 여자와 돈을 좋아하는 등 세속적이었고 주군이 죽자 정적이던 환공을 모시는 충성심도 없는 등 인격의 등급으로 보면 처졌으나 항상 포숙아는 위 관중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자신보다는 훨씬 뛰어난 능력을 알아서 제나라 환공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위 관중은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으며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춘추전국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여 문제점을 이해하였고 정치에서 도덕과 능력은 별개라는 관점에서 인재를 등용하는 등 대은로서 모든 자질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숙아는 도덕에 너무 경사되어 있었고 대국적인 흐름을 읽는 데 뒤떨어지는 등 소은으로서는 훌륭한 점이 많았으나 대은이 되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

 

북한과 대치하다 보니 이념적인 대결도 종언을 고하지 못했고 학력수준이 높다보니 기대와 주장은 강하고 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 인구가 많다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갈등도 심하는 등 극복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그래서 대은적인 기질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만금 문제, 21세기를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탄소밸리문제, 재생에너지, 농업고부가치산업문제등 역점사업을 정하고 그 역점사업을 시행하는 계책을 마련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시대의 영웅이었던 케사르나 비스마르크는 도덕이나 인격에서 보면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시대에 필요한 크나큰 업적을 남긴 대은형 지도자였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