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이숙희

하늘이 가슴을 찢는다.

 

천둥은 소리쳐 포악하고

 

비는 인간의 목숨을 풀어 놓는다.

 

생이 버거워 몸부림치다

 

하늘 지워버리고 싶어

 

공중 헛발질로 자지러지는 빗방울들

 

어제 누군가에게서 마음 접고 돌아섰던

 

등을 쓰다듬듯 잦아드는 빗소리

 

구름기둥에 기대었던 생……

 

만나면 헤어지는 게 운명일지라도

 

길은 언제 어디서나

 

꿈꾸는 무지개를 그린다.

 

바람의 혼 흔들어 깨우고

 

땅과 만난 구름

 

땅과 만난 새벽 4시 17분.

 

△몸에 녹아든 슬픔이 구름이 되었나보다. 가슴 속에 타다 남은 눈물은 새까만 구름이 되었구나. 먹구름. 어쩌란 말인가, 구름도 힘들면 눈물을 쏟는 거지. 빗방울은 유리창을 흔들며 누군가의 그리움을 접는다. 운명이라고 포기하지 마라. 애절한 숙명도 내가 선택한다. 겨울비는 바람의 혼을 깨우는구나.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