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학 학술대회는 전주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품격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 복원의 성과를 넘어서서, ‘한국적인 것의 실체’에 관한 ‘학문’적 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을 초청한 학술대회지만 그 전후로 대금 연주, 판소리 연행, 향음 주례와 향사례 체험, 향교 답사, 황손과의 대화, 한지 공예 관람, 금산사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꼼꼼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덕분에 전주의 멋과 맛에 흥겨워하는 외국인 학자들과 어울리는 내내 고향에 대한 자긍심 속에서 고단함을 몰랐다.
새삼 느끼게 되는 바, 전주는 무엇보다도 인정의 마을이다. 골목 어디에서라도 늘 따뜻하고 정겨운 눈빛을 만난다. 그러나 그런 온유함 안에는 또한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역동성이 내재해 있다. 근래 고도(古都)의 전통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해내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평가되기까지 그 지난한 과정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거나 앞장세우지 않는 저 ‘단단한 분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가능했을까.
이번 대회는 내년부터 격년으로 이어질 학술대회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 한국학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각 지역 국가의 연구 현황을 미리 점검하는 성격이었다. 발표된 내용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기조발제에서 하와이주립대 슐츠 교수는 미국에서의 학문적 연구 과정과 현황을 정리했고, 세종학당재단 송향근 이사장은 한국어와 문화 교육의 문제를 다루었다. 주제 발표에서도 각 지역이나 국가의 한국학 전체나 일부 연구사를 다루는 쪽(일본, 러시아, 유럽, 대만)과 대중문화나 한국어 교육 현황을 다루는 쪽(한국 영화, 한류, 중국)으로 구분되었다. 사실 한국학은 전통적 의미로는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전통문화를 다루는 인문학적 학문 분야로 인식되어온 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국제 위상 변화, 그리고 이른바 ‘한류’ 흐름의 확산과 더불어 전통문화는 물론 정치적, 경제적 상황, 대중문화, 한국어 교육 등 그 범위를 한층 폭넓게 설정하는 추세다. 이번 학술대회도 이런 흐름이 반영되었겠지만 나로서는 논의 범위가 다른 두 측면을 별다른 전제 없이 동일한 맥락에서 다루는 게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이번 사전 대회가 본 대회 주제를 확정하기 위해 각 지역 국가의 연구 현황을 미리 점검하기 위한 성격이었다면 각 지역 국가 발표자에게 최대한 ‘고금을 아우르는’ 전체 연구 현황을 우선적으로 정리해주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계 한국학을 주도하는 학자들의 진지한 관심 아래 긴밀한 네트워크가 마련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내년 본 대회는 신진 학자들의 참여에 한층 중점을 둘 예정이라 한다. 삼일간의 소중한 추억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내년 대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