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한옥마을

▲ 유희태 전라북도 바둑협회 회장
지난 2013년 6월 27일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환영만찬에 왕년의 중국바둑 챔피언인 창하오를 초청하고 직접 박 대통령에게 ‘석불(돌부처라는 이창호 국수의 별명)를 이긴 사람’이라고 소개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창하오는 중요 대국마다 1인자 이창호에 가로막혀 번번이 세계 정상 등극에 실패했지만 시 주석은 세계 최고인 이창호 9단을 창하오가 몇 번 이긴 것을 두고 그렇게 소개한 것이다.

 

13억 중국인민을 이끄는 시 주석이 전성기가 한참이나 지난 창하오를 직접 소개할 정도로 중국에서의 바둑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국의 기사도 아닌 이창호 9단을 향한 중국인들의 애정과 사랑이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세계 바둑의 정상에 올라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이창호 국수를 바둑실력 뿐만 아니라 인품에서도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존경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기회될 때마다 하는 말인데 우리 전북은 현대바둑의 모태이다. 지금의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운영해 온 분이 부안 출신의 조남철 국수이고, 세계 바둑을 제패하고 20년 가까이 군림해 온 이창호 9단이 전주 출신이니 전북이 현대바둑을 낳았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나 현, 이동훈 기사가 세계 정상권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고, 전북바둑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연구생 제도를 통해 프로기사가 해마다 배출되고 있다.

 

또한 올해 소년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마자 금메달 4개중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내년에는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진입이 확정되었고, 도민체전에도 바둑종목이 새롭게 신설될 예정이다. 바둑인들이 그토록 염원해 오던 바둑의 스포츠화가 완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전주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한 해 수 백 만명의 관갱객이 찾는다는 한옥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바둑이라는 컨텐츠를 한옥마을에 접목 시킨다면 기존의 관광객과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이 전주와 전북을 찾게 되지 않을까? 가령 예를 들자면 한옥마을에 바둑기념관을 지어 놓고 누구나 언제든지 방문하여 바둑 한 판을 둘 수 있다면 전북이 바둑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한옥마을 내에 있는 전북도나 전주시 소유의 건물 1채를 바둑기념관으로 개조하고 약간의 운영비와 홍보비만 지원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 전북의 먹거리인 탄소소재로 난방을 한다면 전북의 자랑거리가 자연스럽게 한 곳에 모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경제가 어렵다 보니 각 지자체마다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먼저다. 현대 바둑의 모태, 한옥마을이라는 전통, 탄소라는 미래산업을 한 곳으로 묶어 전북과 전주를 알릴 수 있다면 그 비용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