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찾아오고 송년모임을 알리는 문자가 끊이지 않는다. 주당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 아닐까! 저녁 늦은 시간까지 치열한 전투를 치른 날에는 시원한 국물이 생각난다.
뚝배기에 따끈하게 끓여진 국물. 아삭한 콩나물, 잘 익은 김치, 거기에 수란까지. 생각만 해도 속이 풀리는 전주의 대표적인 해장 음식이 아닐까한다.
전주는 예로부터 풍부한 먹거리로 그 이름을 날렸다. 풍요로운 바다와 기름진 들판, 깊은 산에서 나는 수많은 식재료가 사철 공급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주음식은 산지와의 인접성이 반영되어 전주의 동쪽에는 콩음식이, 서쪽에는 막걸리가, 남쪽에는 면요리, 북쪽에는 고기류가, 중앙에는 비빔밥, 백반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렇게 풍부하고 다양한 음식이 우리의 경쟁력이 될 수는 없을까?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시내 모 비빔밥집에서 비빔밥이 너무 맛이 있어 주인할머니에게 ‘할머니! 할머니도 요거 전국적으로 체인점해서 판매하시면 사업성이 있을 것 같아요’ 하니 할머니 말씀이 ‘냅둬, 이거라도 먹으러와야 함께 팔지’ 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참으로 속 깊은 이야기이다.
당신의 비빔밥을 먹으러 온 고객을 대상으로 주변 상인들도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나누겠다는 이야기이다. 주변상인들의 입장에서도 지역의 생산자들의 입장에서도 고마운 마음씨이다.
지역의 음식이 프랜차이즈화돼서 전국의 많은 국민들에게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효과는 부분적이다. 반대로 먹거리가 사람을 불러들일 경우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전주는 2012년에 콜롬비아 포파얀(2005), 중국 청두(2010), 스웨덴 오스터순드(2010)에 이어 유네스코가 세계에서 4번째로 지정한 음식창의 도시이다. 유네스코에 전주는 건강과 생명, 환경과 지속가능발전을 지향하고 슬로우푸드를 넘어서는 ‘정성어린 음식’을 지향하는 도시로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개별 상품의 차별성이 적어지고 있어 소비자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브랜드의 시대이다.
전주의 음식을 개별 상품이 아닌 브랜드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성어린’이란 브랜드로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 백반 등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다. 또 한옥마을 인근의 비빔밥와플처럼 창의적이고 트렌디한 음식을 개발하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머무르지 않는 브랜드화를 시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소비자들에게 전주에 가서 고민할 것 없이 정성어린 브랜드를 선택하면, 전주의 맛은 물론이고, 예향의 멋과 예술, 자연과 인심을 가득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먹거리를 먹으러 와서 관광을 하게 되고,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숙박도하고, 차량에 기름을 넣고, 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선순환의 구조를 가져 시너지 효과를 낳고,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지자체별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야간경관조명을 만들고, 폭포를 만들고, 축제를 만들기도 한다. 전주의 음식을 브랜드화하고 문화 상품화하는 노력이 전북 발전을 위한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고급 문화브랜드로서 전주음식을 기대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배가 불러야 흥이 나고 지갑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