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사망사건을 계기로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유기동물 또한 늘어나고 있다. / 전북에서는 매년 30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적인 유기동물 보호·관리시설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전북지역 유기동물 보호·관리 현장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1. 지난 24일 오전 10시 전주시 인후동 H동물병원.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유기견 ‘진순이’의 상태를 살펴보던 김창진(47)원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천변에서 유기동물을 발견했으니 빨리 처리해달라는 전화다. 전주지역 유기동물 보호 병원 중 한 곳을 운영하는 김 원장의 휴대전화는 쉴 틈이 없다.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유기동물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하루에도 수십 통 씩 걸려온다.
‘왜 이리 늦느냐’는 재촉전화는 양반 축에 속한다. ‘공무원이 왜 이렇게 민원처리가 늦냐’는 지적도 다반사다.
김 원장은 주섬주섬 응급의료도구와 이동 케이지(동물 운반용 도구)를 챙겨들고 일을 도와주는 친구와 함께 병원을 나섰다.
김 원장은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상처받은 동물들이다. 애완견을 키워보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지만 실제 입양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전주시내서 발생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을 수용하는 동물병원은 10곳에 이른다. 이들 동물병원은 거의 포화상태다. 김 원장의 동물병원에도 유기된 개와 고양이가 20마리가 넘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비용을 예산으로 대주기는 하지만 치료와 관리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돈이 돼서 그 일을 하는 것 아니냐’며 오해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유기동물의 부상이 너무 심하거나 보호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도내 대부분의 보호소에서 안락사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보호기간이 지나서까지 관리를 해주고 있는 까닭이다.
김 원장은 “사실상 아이들(유기동물)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까지 버림받으면 그 아이들은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병원에 온지 5개월 된 유기견 ‘향기’는 벌써 수차례 파양이 돼서 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사나운 성격 때문이지만 김 원장에게 짖어대는 향기를 보고 그는 환하게 웃었다.
#2. 서울에 살다가 3년 전 결혼과 함께 전주에 정착한 염모(35·여)씨는 첫 아이를 갖기 전 타지에서의 외로운 생활을 달래기 위해 고양이를 입양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통합적인 유기동물 보호소가 있어서 언제든 연락처만 남기면 주인 잃은 동물을 입양할 수 있지만 전북에서는 입양하는 절차조차 힘들었다. 인터넷 등 이곳저곳 정보를 알아보다 전북은 독특하게도 전주시내 동물병원 곳곳에 유기동물들을 분산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끔씩 전북도청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의 날 행사에 전화번호도 남겼지만 결국 연락은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염씨는 고등학생이 만들었다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북지역 내 유기동물 정보를 알았고 직접 전화한 뒤 동물병원을 찾아가 고양이를 입양했다.
그 앱은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주는 것보다 더 보기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자연사 한 동물사진 옆 검은 바탕에 조그마한 국화 한송이가 있는 이모티콘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울컥한 적도 있다. 염씨는 “동물병원도 전문적이긴 하지만 유기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입양 등 절차가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전북에는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