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내년 국비 6조원 확보 전라북도 노력의 결실…도정 실현에 더 집중을

▲ 홍용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Stendhal)은 또 다른 명작 「파르마 수도원」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애인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은 그녀 남편이 아내를 지키려는 노력보다 더 끈질기게 마련이다. 죄수는 옥지기가 지키려는 생각 보다 더 강도 높게 탈옥할 궁리를 하는 법이다. 그러니 사랑에 빠진 남자와 죄수는 모든 장애를 뚫고 성공하게 되어 있다.” 다소 억지가 없진 않지만, 대체로 맞는 말이다.

 

무한한 욕망과 희소한 자원, 모든 투쟁의 시원이다. 미국이 ‘아시아회귀’를 선언하면서 태평양 봉쇄에 나선 것도, 중국 주석이 자원외교의 발길을 아프리카까지 넓히는 것도 이러한 투쟁의 일환이라 하겠다. 한 마디로 세상은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간의 전장(戰場)이다.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그렇다. 도덕적으로야 개탄스럽지만.

 

좋든 싫든, 두발을 땅에 딛고 먹고 살아야하는 것이 ‘피투(被投)된 존재’로서 인간조건이다. 하늘의 별을 보며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우리는 뺏는 기술을 더 잘 습득하기 위해 명문대학에 들어가길 선망하고, 더 잘 지키기 위해 뼈와 근육을 단련한다.

 

‘S&P 500’으로 대표되는 세계 500개 우량기업의 평균수명이 15년 내외라는 사실은 세상이 얼마나 뺏으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 간의 각축장인지, 얼마나 순식간에 후자가 전자의 먹이가 되고 마는지를 웅변해준다. 20세기 초 기업수명이 50년 이상 되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인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주기가 단축되면서 기존 기업들은 창졸간에 애인(고객과 시장)을 정부(情夫)에게 뺏기고 마는 것이다.

 

뺏으려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 간의 경쟁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지키는 자들은 뺏기지 않기 위해 간단없이 혁신한다.

 

그리하여 장기간 사업영역을 수성해온 사람들에게 우리는 ‘장수기업’이니 ‘히든 챔피언’이니 하는 영예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제 광활한 블루오션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레드오션 사이에 마치 마블링처럼 촘촘히 끼어있을 뿐. 빼앗거나 지키지 않고는 손바닥만 한 자기영역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엄혹한 현실이다.

 

그런 만큼 빼앗으려는 자는 지키려는 자 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뜻을 이룰 수 있으며, 지키려는 자 역시 뺏으려는 자 못지않게 안간힘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다. 전북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속속 이룬 세계태권도대회 유치, 백제유적 유네스코 등재, 새만금 특별법 제정, 연구개발 특구 지정, 국가예산 6조원 확보 같은 괄목할 성과들 모두 뺏고 지키기 위한 곡진한 노력의 결실이다.

 

나아가 ‘삼락농정, 탄소산업, 토털관광’의 세 축으로 정립된 도정방향을 조속 실현키 위해서는 ‘뺏기와 지키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타 지역 욕하기, 암울한 피해의식, 냉소적 자기비하 같은 부정적 DNA를 우리 유전자에서 지워버리자. 이제 과거보다 미래를, 정치보다 생활을 이야기 하자.

 

다시 스탕달로 돌아가, 생애연표에 귀부인들과의 스캔들 흔적이 있는 걸 보니 애인 뺏기에 꽤 열중했던가 보다.

 

하지만 연애심리와 출세욕을 소름끼치게 묘사하는 그의 문재(文才)는 세월을 넘어 지금도 우리 마음을 뺏고 있으니, 그는 인류역사상 위대한 ‘빼앗은 자’가운데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