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와 전북의 정치역량

유권자 민심 정확히 파악, 새인물·정치세력 발굴해 전북정치·존재감 극대화

▲ 수석논설위원

“전주지역에 시선을 돌리면 지역경제는 더 심각하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쇠퇴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시민 생각은 쇠락하지 않고 있다. 늘 앞장서 왔다.”

 

2013년 7월 18일 ‘한국사회 구조개혁과 호남권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 ‘전북도민 토론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한 말이다. 피폐한 지역경제의 실정을 적시한 뒤, 선택 받은 정치인들이 과연 시민 기대에 부응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오랜 기득권 세력이 호남 발전을 가로 막았다. 민심을 대변할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전주와 전북은 제게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2년 5개월 전의 이 얘기는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또 ‘안철수 현상’을 낳았던 새정치 이미지는 과연 되찾을 수 있을까.

 

안철수의 새정치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사실 안철수의 ‘새정치’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과 6·4지방선거, 7·30재보선 참패에다 공천과정에서의 잡음 때문에 헌정치로 물 들고 말았다.

 

새정치의 깃발은 사라지고 냉혹한 정치현실 앞에서 안철수의 참신함은 빛이 바랬다. 리더십도 생채기를 입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정치, 다른 정치, 바른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정치 주체를 바꾸고 합리적 개혁노선을 따라 새정치를 이뤄내겠다고 다시 공언했다. 문제를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새로운 정치이고, 정치가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여전히 뜬구름 잡기 식이다. 에누리 뜯어내고 핵심을 콕 짚는다면 결국 사람의 문제일 터다. 그런데 인물 영입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괜찮은 인물은 당사자가 고사하고, 함량미달인 사람은 온갖 선을 대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2013년 11월 공개한 6·4지방선거 실행위원 466명(전북 61명)도 실망스러웠다.

 

안철수 지지자가 다수였고, 민주당 공천을 받기 어려워 안철수 쪽으로 간 사람들이 많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구걸하는 사람 위주로 판짜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벌써 안철수 쪽을 기웃거리는 인물들이 많다. 사람을 찾아 모시는 배려가 있지 않으면 옛날 짝이 날 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란 당명을 비웃듯 분열정국, 탈당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 전남은 이미 봇물이 터졌다. 전북은 유성엽 의원을 빼고는 정중동, 눈치만 보고 있다. 탈당, 분열정국이라면 가타부타 뭔가 견해를 내놓아야 할 터인 데도 침묵하고 있다.

 

전북은 그동안 일당독주의 피로감이 컸다. 여야 정당 간, 야당끼리도 경쟁 구도를 갖지 못했다. 이건 주민과 지역에 대한 정치서비스의 저해요인이다. 하지만 여-야, 야-야 경쟁구도가 예상되는 내년 4·13총선은 전북의 정치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것이다.

 

문제는 전북의 정치력을 극대화하고 존재감도 살리는 재편이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북에서 선택 받은 정치인들이 과연 시민 기대에 부응했는가. 오랜 기득권 세력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전북의 유권자들은 내년 총선에서 이 질문에 답할 것이다.

 

과거엔 정치가 민심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민심이 정치를 추동한다. SNS 특성 때문이다.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생존할 수 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민심이 어떻게 흐를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 신인은 물론 다선 국회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건 긴가 민가보다는 뭔가 확실한 입장을 내놓고 뭉쳐야 그나마 전북의 정치력과 존재감이 극대화될 터인데 그럴만한 리더십도, 용기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