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유기동물 보호병원 원장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유기동물들을 수 년째 관리하다 보니 안락사, 각종 병치레로 죽어나가는 동물들을 수없이 봤고 이 때문에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면서 잠도 제대로 못 이루기 때문이다.
A씨는 “그냥 동물이 좋고 사랑스러워서 이 일을 맡은 것 뿐인데 이제는 손을 놓을 수도 없다”며 “우리가 아니면 그 아이들은 누가 돌보느냐. 그 아이들의 눈빛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은 한해 평균 3200마리가 넘는다.
유기동물들은 모두 도내 각지의 동물병원 보호소에 분산 수용되면서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입양절차의 비효율적인 체계도 유기동물이 줄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28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4년 평균 발생한 유기동물은 3200여 마리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2년 3740마리, 2013년 3056마리, 지난해 2830마리, 올해 11월 말까지 3185마리 등이다. 동물 유형별로는 올해 기준 개가 2540마리(79.7%)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고양이 641마리(20.1%), 기타 4마리 순이었다.
도내에는 전주 10곳과 각 시·군별 1곳 씩 25곳의 동물병원에서 관리비와 치료비, 사료비 등의 명목으로 이들 유기동물을 마리당 8만원씩 지원받아 분산 수용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수용중인 동물들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라 유기동물 입양공고가 나가게 되며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10일 이후 안락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실제 도내에서 실제로 안락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마리 중 1마리 꼴도 안된다. 동물병원들이 불쌍한 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을 꺼려해 대부분 자부담으로 한 달 넘게 관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실제 안락사된 유기동물은 2012년 174마리, 2013년 225마리, 지난해 284마리, 올해 261마리에 그쳤다.
유기동물들이 동물병원에 분산 수용되면서 각종 위생관리문제, 병원 경영문제, 유기동물들을 곁에서 직접 보는 병원장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도의 유기동물 관련 내년 예산은 올해와 같은 2억5600만원만 편성됐다. 대부분 유기동물 관리 지원 비용 뿐이다.
유기동물 입양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직접 정보를 찾아 해당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찾아가는 형식이다. 농림축산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정보가 워낙 기초적인 수준이다.
오히려 개인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나 ‘포인핸드’, 개인 블로그, 페이스 북 등을 통해 입양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며, 공공기관이 나서서 입양을 권유하거나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전북도 관계자는 “경기나 서울 등지는 시스템은 잘돼 있지만 발생숫자도 많고 예산 규모도 크다. 그런 과정에서 안락사되는 유기동물이 많은 문제점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도내에서 가장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전주시와 관련 체계 마련을 위한 개선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