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전통이 솟구치는 깊은 샘

전북 젊은이들이여! 세계적인 안목 갖춰 미래 큰 도약하길…

▲ 김대식 오만대사

현실과 괴리를 느낀 옛 관료들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풍취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

 

현실 이상의 분리를 넘어선 경지에 이르러서도, 소동파는 적벽에 배를 띄워 대자연의 품에 안기었다.

 

필자는 그런 선인들의 안목과 지혜를 흉내 내기엔 너무 초라하다.

 

하지만 내게도 고향은 언제나 돌아가고픈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다.

 

평생을 외지로 돌아다녔던 외교관임에서랴.

 

이 순간에도 내 생을 선사한 고향의 산과 들, 구름과 바람, 비와 눈이 이 마음을 스친다. 상서로울 새 해를 열면서, 이 글에 몸과 마음을 실어 고향을 향한다.

 

고향의 아저씨, 아줌마, 친구, 동생들이여! 모두들 안녕하시지요? 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세상은 이제 무한 연결되어 있다.

 

세계각지를 돌아본 필자로선 이를 더욱 실감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오만 대사관의 업무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 고향과 직접적인 연결과 영향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오만대사관은 청사를 신축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완공될 것인데, 전북도청에서 재외공관 한스타일 공간연출 사업 일환으로 우리대사관의 접견실과 대사 집무실을 한지로 곱게 단장해주고 있다.

 

대사관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진수를 내 고향의 인정과 배려로 맛보게 될 것이다. 전북의 훈향은 그들 맘에 새겨져 오래 오래 아롱질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대사배 태권도 대회를 개최했는데, 무주의 태권도 진흥 재단에서 도복을 지원해주었다. 오만에 우리 전통무예를 전수해주는데 다시 무주가 기여한 셈이다.

 

이렇듯, 고향은 다 자란 아들의 업무를 아직도, 이 먼 곳까지도 여일한 사랑 으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적 연결이 우리에게 뭘 의미하는 걸까?

 

전북의 미래는 세계적인 안목을 갖출 때 더 큰 도약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세계가 하나가 된 이 시대에 우리가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우리다워야 한다.

 

다른 곳에도 다 있는 것은 외국인들 에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가장 지역적(Regional)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Global) 매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북은 미래 선도의 잠재력이 크다. 전통의 뿌리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맛과 멋, 음악과 예술, 교육과 학문의 전통… 어찌 다 셀 수 있으랴.

 

전통을 현대감각으로 창조적으로 변용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때, 저 피그말리온은 살이 붙고 피가 흘러 세상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이다.

 

전북의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의 일자리가 한국에만 있다고 생각지 마라.

 

이제 온 세상이 자네들의 터전이자 무대이다.

 

여기 사례를 들어 본다. 오만은 많은 영국과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여기 주요 자원인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는데, 그들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북일보, 그대는 우리 젊은이들의 기개와 기량이 맘껏 펼쳐질 세계의 지평과 미래 비전을 선창하라.

 

전북에는 우리 현대사를 이끌어온 언론의 면면한 맥과 기상이 있다. 그대는 그 전통이 솟구치는 뿌리깊은 샘이다.

 

전북의 산하대지에 뒤틀림과 인기 영합주의가 스멀댄다면, 마이산의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사자후를 토하여라.

 

덕담과 긍정의 나눔 또한 넉넉하게 선사하라, 만경 뜰이 황금나락을 산출해 내듯 …

 

전북의 장기와 지혜와 전통이 걸판지게 차려지게 하라, 전주 한옥 안채 잔칫 상처럼 …

 

△김대식 대사는 진안출생으로 진안초·중, 전주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17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주 오만대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