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진공상태는 언제 오나? 신춘문예 당선통지를 받았을 때 온다!
소식을 받고 극장으로 간다. 극장 안 어둠만큼 혼자 울고 웃기에 적당한 장소가 있을까. 나에게 극장 안 어둠은 언제나 진통제였다. 부드러운 벨벳 같은 어둠에 오두마니 안겨 당선의 희열을 온전하게 궁굴린다. 감당할 수 없는 황홀감이 새나가지 않도록 어금니를 꽉 깨문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홀림의 순간’.그 순간을 사무치게 각인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않는다.
나의 글쓰기는 언제나 회의와 열정의 길항작용이었다. 재능에 대한 회의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정이 하루하루를 이어 나갔다. 문학이 아니라 단지 발설에 가까웠던 내 글쓰기였다. 기적과도 같은 일은 지치지도 않고 이어지던 그 발설로 인해 내 존재가 새로워졌다는 것이다. 증오와 고통의 거친 누더기를 벗어던지고 평온이라는 깨끗한 순면 옷으로 갈아입게 되었다.
물은 99도씨에서는 끓지 않는다. 반드시 100도씨에서만 끓는다. 그러니 100도씨까지 가려면 끊임없이 쓰는 수밖에 없다. 그저 하루에 정해진 양을 묵묵히 쓰는 수밖에 없다. 기쁨도 슬픔도 없이 매일 조금씩 쓰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신이 내려 준 글쓰기 재능은 없는 것 같다. 허나 ‘재능이란 열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나는 분명 재능이 있다. 나날이 저물어가는 눈동자이지만 시력이 작동되는 한 쉬지 않고 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숨을 쉬고 밥을 먹듯 그냥 나날들을 기록하고 싶다. 이 사실이 내가 가진 유일한 진실이다.
글 판 주변에서 쭈빗거리고 있던 나를 ‘발견’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밀실에서 홀로 시들어버리지 않게 해준 나의 광장, 수필사랑 문우들과 두 분 선생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