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도민들은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선거와 달리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여 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정당 후보자가 전북에서 금배지를 달기란 쉽지 않았지만 올 해 만큼은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야권을 개편할 새로운 전국정당 창당을 위해 자신을 정계로 이끈 ‘신드롬’의 진원지인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은 물론 수도권과 영남 등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야권 신당 ‘돌풍’ 될까?
대안 야당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세력은 4곳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주선 의원의 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당 등이다.
최근의 여론동향을 살펴보면 이들 신당 세력 중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 제1야당을 대체할 세력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서로 출발은 다르지만 야권의 신당 추진 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안 의원의 신당과 힘을 모으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천정배·박주선·박준영 신당이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안 의원의 신당과 과연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단은 결합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전북 지역 민심이 사납기는 하지만 야권 신당이 세를 합하지 못해 각자의 정당을 대표할 후보를 내게 되면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제1야당의 아성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력을 합한다고 해서 돌풍이 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야권의 후보가 난립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보다는 인물본위의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서다.
때문에 신당 세력들이 얼마나 참신하고, 실력을 갖춘 인물을 내놓을지가 ‘돌풍’을 일으킬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 지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4개 세력이 힘을 합치면 전북지역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부 신당 세력에 합류의사를 나타낸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거나 종전의 선거에서 낙마한 경험을 갖고 있어 참신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3-40대의 정치참여 필요성을 호소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올 총선은 종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로 치러질 것이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광주와 전남에 비해 신당의 세가 무섭게 상승세를 탄다고는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도민들의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텃밭 사수 가능하나?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는 지방선거 등과 달리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졌다.
15대부터 19대까지 20여 년 동안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열린우리당 등이 아닌 정당의 당선자는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와 유성엽 의원이 유일하다.
강 전 지사는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유 의원은 무소속으로 18대와 19대 금배지를 달았다.
이를 제외하면 제1야당은 단 한자리도 타당 후보에게 금배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야권 신당들이 무서운 기세로 용틀임을 하고 있어 공천장을 받더라도 본선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1야당의 필패를 예견하긴 이르다. 전북에서 야대야 구도가 형성된 만큼 이번 선거는 인물 본위의 평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이 내놓을 후보들의 면면이 향후 결전의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특히 총선의 경우 지방선거와 달리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특정정당의 기호에 대한 쏠림 투표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투표를 앞두고 제1야당과 신당 중 어느 쪽에 바람이 불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현역 물갈이 얼마나?
매회 총선 때마다 ‘물갈이’ 바람이 불어 닥쳤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을 위해 인위적으로 현역의원 20%에 대한 물갈이를 예고하고, 이를 위한 의원평가를 진행 중이다.
오는 15일께 나올 평가결과에 따라 1차로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들은 당의 1차 관문(20% 물갈이)을 넘어섰다고 해서 공천 탈락의 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다. 향후 진행될 선거구 획정을 통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최소 1곳 이상에서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들과 맞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두 차례의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도 현역 의원들에게는 험로가 예상된다.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곳곳에서 발현하고 있는 신당의 후보들과 본선에서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현역 의원이 얼마나 물갈이 될지 예측이 불허하다.
그러나 종전 전북지역의 물갈이에 대한 도민들의 표심과 신당의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 닥친다면 사상 초유의 물갈이 사태도 가능할 것으로 정치권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 이번에는 성공할까?
새누리당 도당은 중앙정부 출신의 고위직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전북지역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구성해 전북에서도 금배지를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1야당이 분열하기 이전에는 전북지역의 이번 총선에서 만큼은 여당의 후보가 금배지를 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야권의 분열로 전북에서 야대 야의 선거구도가 형성되면서 새누리당의 위세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단행된 장관급 인사에서 전북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져 가면서 도민들의 여론도 악화하고 있어 새누리당 도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진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반 여당 정서에 따라 무조건 야당에 투표를 했던 도민들이 제1야당, 신당, 새누리당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 제1야당과 야권 신당의 경쟁구도에서 이들이 참신성과 개혁성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반대급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