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점상 - 정병렬

네 형도 성당으로 가더니

 

왜 너까지

 

절로 가려하느냐

 

에미는 어찌 살라고

 

너만 조용히 절밥 먹고 살면 다더냐

 

너 없는 나는 가시밭길인데

 

절 안 가도 네가 절이고 내가 절인데

 

성당 안 가도 내가 성당이고

 

네가 성당인데

 

정 가려거든

 

저 둥구나무아래

 

의자나 하나 놓고 가렴

 

△‘지상에서 할 일이란 내가 꽃피는 일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정병렬 시인의 시집 〈외롭다는 것〉의 서시를 읽다가 할! 죽비 한 대 세게 맞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제가 절이고 성당인 것을 아직 젊은 아들은 알아채지 못한답니다. 그건 시간의 선물이지요. 그걸 알아채면, 제가 꽃이라는 걸 알아채면, ‘내가 꽃피는 일’이 삶의 궁극이라는 걸 알아채면, 그 때 활짝 피어 세상의 모든 둥구나무 아래 말없이 제 몸 내어주는 의자가 될 것입니다.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