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도 구제역 뚫렸다

9880마리 사육 대형 돼지농장…전북도, 살처분 / 김제 농가와 같은 사료인데 역학조사 제외 / 익산 1곳·완주 1곳도 공급받아…확산 우려

▲ 14일 오전 구제역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고창군의 한 농가 인근 도로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차량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도는 고창 양돈 농가에서 구제역이 확진됨에 따라 초동 방역팀을 투입해 농장 인근 이동 통제 등 구제역 긴급 행동지침에 따른 조치를 하고 있다. 안봉주 기자

김제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고창군에서 추가로 구제역이 발병됐다. 고창과 김제 돼지 농가는 충남 논산의 동일한 사료공장에서 사료를 공급받지만, 그간 고창 돼지 농장은 역학조사에서 제외돼 있었다. 차단 방역을 위한 역학조사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4일 고창 무장면 돼지 농가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고창 돼지 농가는 지난 13일 오후 7시께 돼지 80마리의 발굽에 물집이 형성돼 있다는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고창 돼지 농가는 어미 돼지 880마리, 비육 돼지 3300마리 등 모두 9880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대형 일관 사육 농가다. 지난 12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김제 돼지 농가(670마리)의 14배가 넘는 규모다. 고창 돼지 농가의 반경 3㎞ 내에는 소 농가 37개(1953마리), 10㎞ 내에는 돼지 농가 19개(8만 3442마리) 및 소 농가 889개(2만 232마리)가 있다.

 

전북도는 고창 돼지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 9880마리에 대한 긴급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14일 오전 9시부터 24시까지 고창에 한해 축산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농가 일제 소독을 시행한다. 고창 전역의 돼지 농가 34개(11만 4000마리)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도 진행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중앙역학조사반은 11일 1차 역학조사, 13일 2차 역학조사 통보서를 전북도에 전달했다. 그러나 1·2차 역학조사 통보서에 고창 돼지 농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구제역이 발병된 후, 뒤늦게 역추적을 통해 역학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고창과 김제 돼지 농가는 충남 논산의 사료공장에서 사료를 공급받는다. 고창군은 ‘일관 사육 농가’로 개인 사료차를 운행하고, 김제시는 ‘비육 사육 농가’로 계열화 농가의 사료차가 운반한다는 차이가 있다.

 

충남 논산의 사료공장은 김제 2개, 익산 1개, 고창 1개, 완주 1개 등 도내 5개 돼지 농가에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구제역 발생 농장을 방문한 사료차가 사료공장으로 들어갔을 경우, 사료공장을 출입한 차량은 전부 조사를 해야 한다”며 “다만 시급성에 따라 발생 농장을 방문한 사람, 차량에 대한 추적조사를 먼저 파악하면서 시차가 발생한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