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다
완성이며 시작이다
가벼움까지 더했으니
어디로든 떠날 수 있겠다
무거운 맘으로 나선 길
깃털로 감싸인 충만함을 만난다
훅 바람이 불면 홀연 떠날 가벼움이건만
파란 하늘을 어깨 위에 얹고 당당하기만 하다
구원을 향한 신념이라면
반사되는 한 줌 햇빛을 모아서도 꽃을 피운다
그러하므로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겠다
파견을 목전에 둔 은빛 성자
민들레 꽃씨
△하하하, 가볍다, 그러고 깊다. 파견을 목전에 둔 성자는 먼저 파경으로 떠날 준비를 하리. 하늘거리는 어깨엔 파란 하늘도 당차게 짊어지리. 완성의 가벼움을 맛본 사람은 다시 시작할 힘도 얻으리. 이런 저런 인연으로 제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으며, 오직 햇빛 한 줌을 고마워하리, 바위산을 넘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깊이 감사하리.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