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반찬까지 슬쩍…생계형 범죄 껑충

작년 1만원 이하 소액절도 늘어…불황 장기화 영향 분석

주부 A씨(49·여)는 지난 13일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의 한 마트에서 쌀과 반찬 등 식료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극심한 생활고로 자녀들의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던 A씨는 결국 범죄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남원에서는 B씨(80)가 한 업체가 판촉 사은품으로 도로에 내놓은 전기그릴을 훔쳤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평소 부인과 함께 폐지를 주워 팔며 생계를 유지하던 B씨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북지역에서 이 같은 ‘생계형 절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사람들이 범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10만원 이하의 소액절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6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617건이던 10만원 이하 절도 건수는 지난해 4076건으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1만원 이하의 절도 건수도 627건에서 1101건으로 늘었다.

 

10만원 이하 절도 건수의 1/4 이상이 1만원 이하 소액 절도인 셈이다.

 

특히 초고령사회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빈곤층 노인들의 절도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10만원 이하 절도 건수 가운데 71세 이상 고령 피의자는 지난 2013년 83명에서 지난해 128명으로 증가한 반면, 18세 이하 소년범은 2013년 1027명에서 지난해 931명으로 줄었다.

 

절도 유형도 연령과 성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주부들은 주로 마트에서 물건을 훔쳤으며, 노인들은 고물을 훔친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현금인출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현금 절도와 중고로 내팔 수 있는 스마트폰 절도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띤다.

 

경찰 관계자는 “생계형 절도가 늘어나는 것은 도내 저소득층의 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을 반증한다”며 “대부분 ‘견물생심’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