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필요한 건 '기본 가치 실현'

강철규 전 우석대 총장 〈강한 나라는…〉 발간 / 경제 발전만 치중한 사회 비판, 새 비전 제시

최근 ‘금수저·흙수저’ ‘열정페이’ ‘헬조선’ ‘조물주 위에 건물주’등의 유행어가 떠오르고 있다. 부가 세습되고 계층 이동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사회상을 투영한 신조어들이다. 취업전쟁에 좌절하고 있는 청년뿐만 아니라 중년층은 과도한 주택대출과 자녀 사교육비에 허덕이고 있고, 노년층은 은퇴 후 노후보장의 불안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강철규 전 우석대 총장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저서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사회평론)를 펴냈다.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청년실업, 빈부격차, 부의 고착화, 사회갈등은 경제성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구조적 문제들이다. 저자는 오직 경제적 발전에만 집중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진정한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 생명 존중, 신뢰, 재산권 보호라는 기본 가치가 실현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제도·조직·리더십 등 ‘사회적 기술(技術)’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책은 사회적 기술이 강대국들의 사회 발전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강대국의 기틀을 만들고 사회적·경제적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법과 제도이다. 이는 개인의 권력 남용을 막고,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향상시켜준다.

 

그리고 실제 제도를 구현하고 운용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조직이다. 저자는 작은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가 중세 국제무역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 전체가 시민들의 상업 활동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라며, 강력한 하나의 조직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제도와 조직은 비전과 실천능력이 있는 리더십이 동반됐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한다. 로마를 쇠퇴하게 만든 카라칼라의 무능한 리더십과 분열된 국가를 통합한 링컨의 확고한 리더십을 대비하며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저자는 강한 나라의 특징을 분석했다. 활발한 신분 이동, 권력에 대한 견제,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그것이다. 고대 로마는 시민권을 통해 신분 이동의 기회를 제공했고, 이것이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권력의 분산은 역사 발전의 필수 조건으로 작용했다. 신뢰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 가치로 이를 통해 인류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특징들은 저자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가치로 제시했던 자유, 생명, 신뢰, 재산권 실현과 일치한다. 저자는 이 기본 가치들을 얼마나 실현하는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강 교수는 “우석대 총장과 서울시립대 교수 활동을 하면서 청년들이 현실에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성장은 사회 발전의 필요조건일 뿐이며,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할 사회적 기술을 통해 진정한 발전에 다가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정의 이사장,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