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못찾는 전북경제 (상) 휘청이는 농업] 폭설·한파로 농가 피해 '눈덩이'

최근 하우스·축사 등 붕괴 60억여원 손실 / 수출 어려움 속 난방비 급증 원예 직격탄

국내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전북지역 경제·경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수출부문에서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일본의 엔저 지속,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장기 내수침체로 대기업을 비롯해 도내 전통시장이나 중소기업도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잇따른 한파와 폭설로 전북의 주요산업 기반인 농업경제는 본격적인 영농기를 앞두고 크게 휘청이고 있다.

 

이에 도내 농업·농촌 및 전통시장·중소기업 경기 현황, 올해 전북 경제전망 등에 대해 모두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최근 전북지역에 불어닥친 폭설과 한파로 수백여동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숭어가 동사하는 등 60억원대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1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읍과 고창, 김제 등에서 많은 눈으로 인해 비닐하우스 956동과 축사시설 125동이 무너졌다.

 

또한 숭어 11만 마리가 폐사하고 김을 양식하는 45개 어가에서 폭설·한파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수로 보면 비닐하우스가 51억2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 양식시설 5억2600만원, 축사시설 3억4300만원, 숭어 9000만원, 비가림시설 8700만원, 농작물 1000만원 등의 순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도내 전체 피해액은 60억88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는 오는 4일까지 피해조사를 마친 뒤 이달 14일까지 복구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한파·폭설이 덮치면서 도내 농업경제는 올해 큰 파고를 겪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김정용 사무처장은 “연이은 폭설과 한파로 도내 시설농가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농업경제 부양책과 신속한 피해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말 따뜻한 겨울 날씨로 웃자라고 잎이 연약해진 밀과 보리가 갑작스러운 한파에 잘 자라지 못할 수 있다며 맥류 재배지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실제 올해 겨울(지난해 11월 상순∼1월 중순)은 평년보다 기온이 2.8℃ 높았고, 지난해 11월 상순과 중순에는 비가 자주 내리면서 맥류의 웃자람이 나타났다.

 

한파와 폭설 이후에는 언 땅과 쌓여있던 눈이 녹으면서 토양 내 수분이 늘고 산소 공급이 부족해 습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도내 주력 수출품목인 원예 생산농가도 한파로 인해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산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고온성 작물인 장미와 다육식물의 경우 보통 실내 온도를 2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온도를 올리기 위해 평소보다 15~20% 이상의 난방비가 더 소요되고 있다는 게 화훼농가의 설명이다.

 

도내 한 화훼농장주는 “가뜩이나 엔저와 주요 수출국 경기침체로 판로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산비 상승이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