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이들은 보통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이라고 해야 한 달에 고작 10만원 남짓. 그럼에도 이른 아침부터 온종일 폐지를 줍기 위해 노인들이 거리를 헤맨다. 생계는 급하지만 별다른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도 일을 멈출 수 없어 동상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이들도 많다. 폐지 줍는 노인의 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과제를 짚어본다.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76살 김모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10년 이상 폐지줍는 일을 하고 있다. 8년 전 교통사고가 난 이후로 한 자리에 15~20분 이상 서 있지 못하지만, 이 일을 쉴 수 없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더 힘들다. 고철과 폐지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에 고물상들이 폐지 매입가를 내렸다.
김 할아버지가 한 달 동안 힘들게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은 고작 10만원 안팎이다. 노령연금과 장애인 연금까지 합해도 수입은 모두 40여만원. 이마저도 집세로 4분의 1이 나가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김 할아버지는 “저녁에 경비일을 하려고 했지만 업체에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 받아준다”며 “폐지줍기 이외엔 소득원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올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폐지수거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주시내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은 모두 230명이다. 이 중 남자가 99명, 여자가 231명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기초연금 수급자이거나 무급자, 차상위 계층이다.
조사결과 노인들이 폐지를 팔아 얻는 수입은 평균 5만원~10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정부가 폐지수거업체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고, 고철과 폐지의 가격이 해마다 급락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를 했던 김모 할아버지는 “기존에는 폐지 1㎏에 80원이었는데 이제는 잘해야 60원 정도 받는다. 게다가 고철도 50원 밖에 안 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주시의 폐지줍는 노인에 대한 지원대책은 걸음마 단계다. 폐지수거 노인의 현황과 경제적 상태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을 뿐, 이들에 대한 생활실태 파악이나 지원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전주시 생활복지과 관계자는 “2월까지 홀로노인 전수조사를 통해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 등의 기관과 연계해 지속적인 일자리 제공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곽인숙 우석대 명예교수는 “일자리만 마련한다고 끝이 아니다”며 “노인들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도 강화해야 하고, 낮은 노인 인건비를 인상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또 “향후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가 얼마나 늘어날 지에 대한 분석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