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간의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도내 문화시설은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뜻깊은 설을 보낼 수 있도록 풍성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평소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던 박물관, 문학관, 공연장 등은 시설을 개방하는 한편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발길을 기대하고 있다.
△ 국악으로 여는 새해
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8일 오후 3시 국악원 예원당(남원)에서 설 특별 공연 ‘국악으로 여는 새해’를 연다. 이번 행사는 전통 민속놀이와 함께 설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민요·무용 공연으로 구성됐다. 국악원 소속 연주단과 학생부터 7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남원지역 예술인이 협연을 펼친다.
개막 공연에서는 지난해 전북 시군농악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주생면농악단이 ‘길놀이’로 신명나게 판을 연다. 이어 이재득 소리꾼이 사설시조 ‘어화청춘 소년들’을 부르며 소중한 덕담을 전한다. ‘설날’, ‘널뛰기’, ‘연날리기’ 등 남원시립어린이합창단과 국악원 영재원 1기 수료생들이 어우러진 동요 합창도 준비됐다.
국악원 연주단은 걸출한 농악놀이인 ‘판굿’으로 흥을 돋구며 춘향가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인 ‘사랑가’로 우리 음악의 멋을 더할 예정이다. 한 해의 복을 비는 ‘성주풀이’와 ‘액맥이타령’이 끝나면 무용단이 한영숙류 태평무를 군무로 재구성한 ‘태평지무’를 추며 공연을 갈무리한다. 공연에 앞서 오후 2시부터 20여개 전통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이 예원당 광장에 설치될 예정이다. 전석 무료.
국립무형유산원이 후원하는 공개 문화행사도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부안 위도면 대리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위도 띠뱃놀이 보존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요무형문화재 제82-3호 위도 띠뱃놀이를 펼친다. 매년 음력 정원 초사흘날 열리는 띠뱃놀이는 지역 어민들이 바다에 공물을 바치고, 띠배를 띄우며 풍어를 비는 토속문화다. 성주굿, 손님굿 등 무당과 풍물패는 신명나는 굿과 함께 용왕제를 올리며, 각자의 소원을 빈다. 갈대와 짚을 이용해 만든 띠배에 선원을 상징하는 허수아비를 싣고 바다에 띄우는 순간이 백미다.
△ 한옥마을에서 즐기는 명절
연휴 내내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일대에 있는 문화시설에서 전통 체험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먼저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앞 광장에서는 지역 작가의 수공예품을 관람하고 구매도 할 수 있는 ‘문화장터’(오전 10시~오후 6시)가 열린다. 설 당일인 8일에는 경기전과 주차장이 무료 개방되며, 어진박물관은 탁본 뜨기, 야광귀 쫓기, 윷으로 운세 점치기 등 풍속체험을 제공한다.
향교길에 있는 전주전통문화연수원, 어진길에 위치한 전주한옥생활체험관, 태조로의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는 굴렁쇠, 궁중투호, 윷놀이 등의 민속놀이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경기전길 부채문화관은 야외 민속놀이 체험존을 설치하고 소원부채 만들기, 한국화 부채 기획전시, 대형조형물 공동제작 등을 진행한다. 완판본문화관(전주천동로)은 전통제본방식을 통한 수첩과 책 만들기, 한지 명함·액자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공연도 준비됐다. 소리문화관은 9일 토크콘서트 ‘눈 속에 핀 소리 꽃 설화’를 개최한다. 전통가요 뿐 아니라 현대적으로 편곡된 민요까지 연주자의 해설을 들으며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다. 현재 김기용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는 여명카메라박물관도 민화 생활용품(시계, 가방, 연필꽂이 등) 체험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최명희문학관은 소설 〈혼불〉을 곁들인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 최명희 작가의 친필 기록을 가지고 새해 인사 스티커·카드를 관람객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꾸몄으며, 〈혼불〉 속 설에 관한 이야기를 발췌해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혼불〉의 페이지 1만 2천매를 릴레이 형식으로 써내는 필사 이벤트와 세상에 하나 뿐인 책갈피를 만드는 행사도 마련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혼불〉 문장뽑기도 이어진다. 소설에서 엄선한 구절을 ‘학알’ 속 작은 쪽지에 담고, 이를 뽑은 관객이 삶의 이정표로 삼도록 하는 감성 프로그램이다.
한편 전주 한옥마을은 최근 현대엠엔소프트가 네비게이션 맵피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장소인 것으로 나타나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 박물관서 체험하는 민속놀이
국립전주박물관은 6일부터 22일까지 야외공연장과 본관 로비 등 박물관 일대에서 ‘설날·대보름 맞이 작은 문화 축전’을 연다. 올 해 축전에는 전통 민속놀이·풍물·옛 생활도구 체험 마당이 준비됐다.
특히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간 소망부적 찍기, 금동관모 만들기, 소망브로치 제작 등 특색 있는 수공예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마지막 날 오후 3시에는 특별공연 ‘행복한 여행을 그리는 아이들’이 개최된다. 이 기간 한복을 입고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매일 선착순으로 소정의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전주역사박물관은 6일부터 10일까지 박물관 일원과 하늘마당, 로비 등에서 ‘세시풍속 한마당’을 개최한다. 일본의 ‘켄 다마’를 비롯한 국내·외의 70·80년대 전통 놀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또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특선 영화 「슈렉 포에버」, 「벼랑 위의 포뇨」, 「아이언 자이언트」를 상영한다. 지난해에 이어 우리 가족 기념 촬영도 진행한다. 박물관에 한복을 입고 온 100가족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촬영한 사진을 주는 이벤트다.
△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
‘서로 사랑하되 사랑이 족쇄가 되어선 안 되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서로 홀로 있게 하기를’(예언자 중)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설 연휴 오후 1시 30분(7·9·10일) 영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감독 로저 알러스)를 무료로 상영한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자유로운 시인 무스타파와 장난꾸러기 소녀 알미트라의 여행담에 자유, 사랑, 선과 악, 죽음 등 삶의 단면에 대한 성찰을 녹여낸 영화다.
세계적으로 1억여권이 팔린 칼린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를 영상화 한 작품으로 칸·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라이온 킹의 감독 로저 알러스의 지휘 아래 9명의 개성 넘치는 국제적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원작의 메시지를 풀어내고 있다. 아트(Art)와 애니메이션(Animation)이 합쳐진 ‘아트메이션’이라는 극찬을 받을 만큼 독특하고 감동적인 영상미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