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인이 되돌아본 70여년의 삶…김기화 시집 〈고맙다〉

삶의 긴 여정이 어느덧 종착지에 다다를 무렵, 뒤를 돌아본 시인의 한마디는 뭘까. 동암 김기화(77)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고맙다> (황금알)를 펴냈다.

 

‘봄날의 향연’, ‘새들의 길’, ‘고향길’, ‘강물은 흐르고’, ‘나를 찾아서’ 등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서 김 시인은 어린 시절의 가슴 시린 추억부터 흰머리가 무성해진 노년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지난날의 체험을 시로 펼쳐내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또래에게 놀림을 받고, 뒷동산에서 도토리를 줍던 소년은 이제 나이가 들어 아픈 이를 붙잡고 병원을 찾는 노인이 됐다. ‘살아온 날들이 송두리째 문드러지면서 부모님 생각이 울컥 치밀었다’는 시인은 밭을 매던 어머니와 농사꾼인 아버지, 한 평생을 함께한 아내 등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되새긴다.

 

그 중에는 6·25 전쟁으로 인한 상처, 노년의 회한처럼 아프고 쓸쓸함이 묻어나는 일들도 있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시인은 담담한 시어로 삶을 읊조리고 있다. 그리고 ‘나의 먼 여정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남곤 시인은 서평에서 “시인이 소년 시절 꾀꼬리 마을 황새목재 너머로 뜨고 지는 달밤의 연연한 시정(詩情)을 놓쳤더라면, 오늘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존재할 것인가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그의 시는 백제의 토기 같은 질그릇에 잘 담겨 있어 가끔 꺼내 펼쳐볼 가치가 있다”고 소개했다.

 

완주 출신인 김 시인은 2004년 월간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여러 문인협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산 너머 달빛> 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