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은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과 함께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개인회생 제도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 2004년부터 시행됐다. 파산에 직면한 개인채무자가 3~5년간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개인회생 결정이 나면 생계비와 세금을 뺀 수입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조건을 붙여 남은 빚을 덜 수 있다.
채무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에서 희망의 빛을 주기 위한 게 개인회생 제도이지만 일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신의 재산과 소득을 은닉·축소하거나 과다한 대출을 받은 후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회생을 통해 손쉽게 채무 대부분을 면책 받을 수 있다는 식의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의뢰인들을 현혹하고, 이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개인회생 브로커들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채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선의의 개인회생 신청자들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적신호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올해부터 각종 대출 자격이 까다로워지면 가계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 다시 개인회생 신청의 증가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개인회생만으로 가계의 건강성을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올 연초 개인 채무조정의 원금감면율을 높이고 맞춤형 상환방식을 도입하는 개인채무조정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채무 증가에 따른 사후 대책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금융취약계층에서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해 대부업체 사채 등 고금리 대출 이용으로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 예방대책이 중요하다. 자치단체도 개인과 금융권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나는 이유를 면밀히 살펴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