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등 재활용품 원자재 값 곤두박질…고물상 줄줄이 문닫는다

도내 지난해 618곳, 전년보다 42곳 줄어 / 폐지·병 등 수거 취약계층 생계까지 위협

▲ 원자재값 하락으로 폐업을 하는 고물상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3일 가격 하락으로 팔지 못한 고물들이 가득 쌓여있는 전주시 팔복동의 한 고물상 업주가 고물들을 손보고 있다. 박형민 기자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

 

전주시내에서 15년간 고물상을 운영해온 한 업체 대표는 힘들게 수거한 고물을 헐값에 넘기고 있어 이제는 사업을 중단하기로 마음 먹었다.

 

최근 스티로폼과 압축 페트병, 고철 등 재활용품 원자재 값이 곤두박질치면서 고물상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는 수지가 맞지 않아 계약을 포기하거나 십 수년간 운영해온 고물상 영업을 그만 두는 등 그 여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폐지나 병 등을 수거하는 취약계층들은 생계가 걸려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환경공단이 지역별 고물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한 ‘재활용가공자원 가격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평균)과 2016년 2월을 비교한 전북지역 재활용품 원자재 단가(1㎏ 기준)는 스티로폼(650원→427원), 압축 페트병(512원→287원), 고철(354원→91원), 신문지(195원→88원), 철캔(234원→80원) 등으로 대부분의 재활용품 원자재 단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같은 원자재값 하락으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일부 고물상은 폐업하는가 하면, 새로 조성된 전주시 자원순화특화단지에는 재활용업체가 입주를 꺼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재활용품 원자재 단가 하락은 폐지나 고철 등을 수거하는 취약계층의 피해로 연결되고 있기도 하다.

 

전북지역 고물상은 지난 해 기준 전주 158곳과 군산 119곳, 익산 107곳, 완주 46곳, 정읍 45곳, 김제 34곳, 남원·부안 각 31곳, 고창 20곳, 임실 11곳, 진안 6곳, 장수·순창 각 4곳, 무주 2곳 등 총 618곳이다.

 

지난 2014년 660곳인 것과 비교해 무려 42곳이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고물상이 밀집된 전주시 덕진구는 지난해 102곳이 있었지만 올 들어 6곳이나 폐업 절차를 밟았다.

 

실제 전주시 팔복동 D고물상 윤덕환(80) 대표는 “15년간 고물 수거업을 해왔지만 작금의 상황은 갈수록 좋지 않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가게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Y고물상과 P자원, S자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G고물상의 경우에는 폐업은 하지 않았지만 고물을 한켠에 덩그러니 쌓아 놨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3년 전주시 상림동에 조성된 자원순환특화단지에는 애초 재활용업체 10곳이 들어오기로 계획됐지만, 기존에 들어오려던 업체가 계약을 포기했다. 현재는 4곳만 입주했으며 사업장 임대 문의 자체도 없다는 것이 전북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자원재활용협회 전북지부 권이문 사무국장은 “협회에 가입된 전북지역 모든 고물상이 어렵다”면서 “폐업하지 않은 고물상들도 수거한 고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재활용 고철로 철근을 만드는 것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점과 국제 원유가격의 하락이 맞물리면서 재활용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북도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재활용품 원자재 가격 하락은 경제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책마련이 쉽지 않지만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