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끝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화두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증기기관의 1차, 전기와 대량생산의 2차, 전자·정보통신의 3차에 이은 4차 혁명의 핵심은 뭘까.
한마디로 연결과 융합이다. 인간과 기계가 연결되고 물리적 세계와 사이버 세계가 합쳐지는 세상의 도래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은 물론 ICBM에 의한 인공지능(AI)의 개발까지, 삶의 패러다임이 또 한 번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의 두문자어(頭文字語)인 ICBM을 보면서 격세지감이 든 사람들이 많았을 터다. 필자처럼 미소(美蘇) 냉전기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에게 ICBM은 대륙간탄도탄(Inter-Conti nental Ballistic Missile)으로 뇌리에 박혀있다. 1960∼1980년대, 공포의 핵무기 경쟁시대를 상징했던 ICBM 자리에 과학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ICBM이 들어선 셈인데 인류는 그만큼 평화롭고 행복해졌을까.
WEF에서도 논의가 분분했던 듯하다. 빌 게이츠는 ICBM에 의해 추동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WEF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은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이 붕괴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엔 명암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기로는 전북사람들만 할까. 미래의 먹거리로 삼은 탄소산업과 농·생명산업은 무탈할 것인가, ICBM과 융합해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한가, 새만금은 또 어떻게 되나, 이왕 늦은 거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서 판을 다시 짜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2006년, 환경단체의 반발도 수그러지면서 새만금의 광활한 땅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가 일었을 때 당시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 같으면 골프장을 한 100개 쯤 짓겠다.” 사석에서 툭 던진 말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신선했다. 빈 땅만 생기면 농업용지다, 공업용지다, 하며 싸우던 시절에 골프장이라! 하긴 중국 관광객들이 이렇게 몰려올 줄 알았더라면 골프장도 나쁘지 않을 뻔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간 농업-비농업 용지의 비율을 3대7로 정했고, 토지개발기본구상과 종합실천계획도 확정했다. 앞으로 더 진전된 새만금 개발안이 나올 것이다. 새만금은 전북사람들에게 종교와도 같은 것이어서 선(線) 하나 허투루 긋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 속에서 새만금이나 탄소산업을 다시 보면 어떨까.
예컨대 새만금에 자동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싶다면 미국 포드사의 CEO 마크 필즈가 연초 디트로이트 국제자동차 쇼에서 한 이 말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자동차(cars)를 팔지 않고 이동성(mobility)을 팔 것이다.” 바야흐로 우버(Uber)와 무인자동차의 시대, 필즈의 말은 이어진다. “모두들 실리콘밸리가 자동차산업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러기 전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자동차산업)를 부숴버릴(바꿀)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경영진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용 로봇 부문이 결국 본업인 자동차 부문을 추월하게 될 것” 이라고 예견했다. 어떤 산업, 어떤 땅인들 이런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