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지만 한결 따스해진 햇볕이 즐거운 시기, 겨우내 시렸던 마음을 녹이는 음악회가 잇따라 열린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훌쩍 다가온 봄의 정취를 신춘음악회 ‘꽃잎으로 취하다, 춘행(春行)’에 담는다.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이번 봄맞이 공연은 국악관현악곡 ‘세상을 여는 소리’· ‘꽃잎’·’모리화’와 태평소협주곡 ‘봄의 향연’, 소금협주곡 ‘파미르고원의 수상곡’ 등 봄에 어울리는 5개 곡으로 구성됐다.
첫 무대인 ‘세상을 여는 소리’(강성구 작곡)는 2008년 신춘음악회 초연곡으로 관현악단 40명이 봄비가 대지를 적시며 새 생명을 피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3악장으로 짜여진 ‘꽃잎’(이승곤 작곡)은 위촉 초연곡으로 다양한 한국 전통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봄의 생명력을 싱그러운 선율로 풀어냈다. 올 해 처음 선보이는 또 하나의 초연곡 ‘봄의 향연’(안태상 작곡)은 국악원 조송대 관현악단원의 긴 호흡의 태평소 연주와 함께 화창한 봄날의 편안함을 주는 작품이다.
‘파미르고원의 수상곡’(김성진 편곡)은 중국 파미르 고원의 광활한 초원의 화려함을 표현한 곡으로 각기 다른 박자가 수시로 바뀌는 음색이 특징이라는 게 국악단의 설명이다. 소금연주가 조용오 관현악단원이 협연한다. 동북아시아 3개국의 음악적 특성을 한데 엮은 ‘모리화’(이경섭 작곡)가 마무리를 장식한다.
조용안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이 지휘를 맡으며 조세훈 국악원 교육학예실장이 사회를 본다.
전주시립국악단도 같은 장소에서 18일 오후 7시 30분 정기연주회 ‘로맨틱한 봄날의 바람’로 봄 분위기를 이어간다.
김성진 아리랑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객원지휘를 맡으며 국악 협주곡과 관현악, 민요 등 여섯 개 작품으로 채워졌다.
‘새로 돋아난 버드나무 싹’이라는 의미를 담은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이 그 이름처럼 연주회의 시작을 알린다. 거문고와 피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관현악 연주가 매력적인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날 공연에서는 ‘세령산’에서 ‘군악’ 부분까지 연주된다.
봄을 노래한 신민요 ‘사철가’와 ‘꽃동산 새동산’이 이어지고, 기존의 구슬픈 음색 대신 역동적으로 편곡된 ‘아리랑환상곡’이 연주된다. 다음 곡인 ‘풍향’(風香)은 봄바람을 느끼는 사람의 정서를 표현한 작품으로 다소 생소한 악기인 생황(笙簧)의 맑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하모니카처럼 입으로 불며 연주하는 생황은 여러 개의 대나무관을 통해 화음을 내는 특색 있는 전통 관악기다.
본래 중국 관악기 위주로 짜여진 ‘파미르수상곡’은 새롭게 편곡돼 한국 전통 악기로 연주되며, 달이 뜬 적막한 밤바다를 모티브로 삼은 관현악 곡 ‘월광’을 끝으로 연주회의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