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입후보자라면

▲ 이성수 소설가

선거를 40여 일을 남겨놓고서야 선거구가 획정되었다. 과연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이 봇물 터지듯 터져났었다. 또 국회의장이 입법 비상사태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꿋꿋하게 버텼다. 결국은 자신들의 계산대로 뒤늦게 결정되었다.

 

지지난 대선 때였다. 기업인 출신인 자신이 당선되기만 하면 당선과 동시에 종합주가지수가 4000포인트 이상으로 껑충 뛰어 오를 것이라고 했다. 또 배가 산으로 가는 4대강을 개발하겠다며 그 주변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모았다. 전국의 땅값과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도 했다. 모두가 고도의 계산이 작용되어 만들어진 공약이었다. 그 결과 상대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각종 공약이 난무할 것이다. 냇가도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고 할는지 모른다. 마구잡이식 공약으로 귀가 따가워질 판이다. 보나 마나 대부분 대동소이한 공약들이 내 걸릴 것이다. 금세 부자가 될 것이며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집 앞에 큰 도로도 날 것이다. 또 이런저런 제도를 만들어 낼 것이므로 아이들 교육과 어른들의 노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유권자의 환심을 살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 그랬다. 일테면 장기적 안목보다는 목전의 민원성 공약이 더 많은 표를 얻을 수가 있어서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제목과 색깔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은 20년 동안이나 성장이 멈춰져 있다. 장기불황으로 서민들의 삶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불황은 쉽게 극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저출산과 노령화가 원인이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저출산과 노령화의 진행속도가 일본보다도 훨씬 빠르고 가파르기도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적 재앙이 되고 말 일이다. 일반 국민들도 엄중함과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시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먼 장래의 일이므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아서 그렇다.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의 해결은 부자가 되는 것보다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보다도, 도로를 넓히고 새로 뚫는 것보다도 훨씬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입후보자가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내걸고 소리쳐야 할 공약이다. 설령 여타의 공약보다도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이참에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옳은 일이다. 총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입후보자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어 당선하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지역의 민원해결이나 지역개발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들의 총의와 지혜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책무이다.

 

하지만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할 입후보자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내 짐작이 잘못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자신의 목전 이해보다 나라의 장래인 저출산과 노령화를 더 걱정하는 입후보자가 있다면 내 표는 그의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