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길 터주기는 양보가 아닌 의무입니다.”
15일 오후 2시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완산소방서 인근 교차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확성기 방송이 도로에 울려 퍼졌다. 긴급출동을 가정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지휘차량을 중심으로 펌프차·구급차·순찰차·구조차량이 줄지어 사고현장을 향해 달렸다.
간격을 좁혀가며 소방차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노력하는 운전자들도 있었지만, 상당수 운전자와 보행자들은 소방차 긴급출동 상황 대처요령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차량들도 적지 않았다. 효자동의 한 교차로에서 소방관들이 방송을 통해 “긴급출동 중이니 오른쪽으로 비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부 차량은 이를 무시한 채 제 갈길만 가는 모습이었다.
긴급차량 출동 시 편도 1차로와 2차로 도로에서는 ‘오른쪽으로 비키기’가 원칙이며, 3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는 좌우 차로로 피해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해줘야 한다.
오후 2시10분께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한 골목길에 들어서자 폭이 5m도 되지 않는 도로에 승용차들이 양쪽으로 빽빽하게 주차돼 있어 소방차 행렬이 멈춰 섰다.
“소방차에게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도 막아선 차량들에게는 허사였다.
결국 소방차가 불법 주차차량으로 인해 역주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5km 남짓한 거리 출동에 걸린 시간은 10여분 정도로 골든타임 5분을 훌쩍 넘겼다.
각종 재난·재해 상황에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에 협조하지 않는 차량이 많아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소방차 출동 장애지역은 모두 77곳에 이른다. 해당 지역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이유는 주변 도로와 진입로가 협소하고 상습 주·정차 차량이 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도 소방본부가 도내 소방차 장애지역을 중심으로 단속한 불법 주·정차 차량은 최근 3년간 1735건에 달하지만 이 중 과태료가 부과된 차량은 323건에 불과하다. 온갖 이의제기로 실제 납부된 경우가 18.6%에 그친 것이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진로 방해자의 고의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워 과태료 부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북도 소방본부 정완택 본부장은 “신속한 현장 도착이 생명과 재산보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는 것은 곧 내 가족과 이웃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