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의 통합문화이용권 운영 행보를 보면 기획사업 폐지는 어느 정도 예고됐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대상자인 기초생활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도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대상자 1인당 카드 한 장 씩 주겠다’는 공약을 감당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문광부에 따르면 2016년도 통합문화이용권 총사업비는 785억원으로 153만명의 저소득층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전국의 문화누리카드 지원 대상자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이미 242만 명을 넘어섰다.
전북지역 카드 발급 대상자로 집계된 인원 역시 2014년 9월 기준 15만5689명이었으나 1년 만에 8653명이 늘었다.
올 해 전북지역에서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에 투입될 총 예산은 48억8600만원으로, 국비 35억8000만원에 지방비 13억600만원(도비 3억9180만원·시군비 9억1420만원)이 매칭됐다. 전년도 사업 초기 예산인 49억7470만원(추경 미반영)보다 소폭 감소됐다.
기획사업이 폐지됨에 따라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예산의 98.7%(48억2110만원)가 카드 발급에 사용될 예정이지만 발급 가능한 문화누리카드 매수는 9만6422장으로 올 해 도내 카드 지원 대상자 16만4342명의 58.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10명 중 4명은 자신이 받아야하는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광부 한 관계자는 “예산이 소진되면 사업이 중단될 예정이다”며 “카드 발급이 일시에 몰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산이 소모되는 추이와 애초 예상한 사업 종료시점이 거의 맞아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산이 부족한 경우 추경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관광이나 체육기금을 전용해 예산을 더 확보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추경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빈약한 예산은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광부의 ‘2015년도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지침’을 보면 문화누리카드 선착순 발급에 따른 혼란과 불편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예산범위 내 신청자 전원 발급으로 사업 방침이 바뀌었다.
2016년도 카드 발급 종료일은 11월 30일로 예정됐지만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후반기로 갈수록 카드를 발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게 돼 사실상 선착순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TV 광고를 통해 통합문화이용권 알리기에 열을 올렸던 문광부는 ‘대국민 대상 과도한 홍보를 자제하라’는 내용을 사업 지침에 명시하고 사업 지원 대상 변경까지 검토하고 있다. 사업이 활성화 돼 카드 신청자, 발급률이 늘어날수록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 때문이다.
카드사업도 온전히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광부가 기획사업까지 이끌어갈 여력이 없었던 것이 기획사업 폐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지역주관처에 주어지던 운영비 역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카드가 있더라도 사용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주민들, 또는 아예 문화누리카드가 없었던 이들을 위해 보완적인 성격으로 이뤄졌던 기획사업을 포기하면서 ‘문화복지 사각지대’는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