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에서 주인공 여배우 도리스 데이(Doris Day)가 부른 노래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는 아카데미 영화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한 일간 신문의 독자가 그 뜻을 물었고 그에 대한 답변이 ‘될 대로 되라’는 다소 염세적인 뉘앙스로 나갔다.
스페인어 ‘케세라세라’가 들어간 영어 노래가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될 대로 되라’로 잘못 전달되었다. 하지만 원래 뜻에 가깝게 옮겨보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게 마련이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케세라세라’는 자포자기 식의 ‘될 대로 되라’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때로 원치 않는 일이 생기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칠 때, 그것을 자기 인생에서 절대자의 계획표 안에 들어있는 그분의 뜻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월과 3월은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고등학교 총동문회장과 대학의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필자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축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학 졸업식 축사는 좀 나은 편이지만 환갑도 훨씬 넘긴 제가 15세 정도의 고등학교 신입생 눈높이에 맞춰 축사를 한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지난 2월 말에는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고등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필자의 강의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고민하다가 조금은 진솔하게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 내고 다음에는 ‘케세라세라’ 노래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전라남도가 아닌 전라북도 고창군 시골 마을 출신인 필자가 어떻게 광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인연으로 49년 후배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초청받게 되었는지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 나갔다.
그리고 학생들의 주의가 산만해질 무렵 ‘케세라세라’로 이어갔습니다. 노래하기 전에 요즘 젊은이들에겐 생소하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귀에 익숙한 노래 ‘케세라세라’에 얽힌 사연을 먼저 들려주었다.
1922년 출생인 도리스 데이는 애초 발레리나 지망생이었지만 1937년에 발을 다쳐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어머니에게 푸념하며 물었다. 이제 발레리나 꿈을 접어야 하는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엄마의 답은 간단했다. 케세라세라. 네가 무엇이 될는지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네가 되어야 할 것은 결국 되게 마련이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아라.
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향후 3년 동안 어찌 순탄한 일만 있겠는가?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미래에 대한 꿈을 안고 자신만의 주특기를 찾도록 노력하라는 요지로 특강을 했다.
도리스 데이가 발레리나로 성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발을 다쳐서 진로를 바꾼 이후 아카데미 영화 주제가상을 타고 백만 장 이상 레코드가 팔리는 대 스타가 되었다. 중학교 영어 수준이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케세라세라’의 가사는 이렇다.
“내가 작은 소녀일 때 어머니한테 물었어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어머니는 대답했어요. ‘케세라세라.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란다.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게 마련이란다.’ 연인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을 하고, 엄마가 된 지금은 나도 아들한테 같은 똑같은 대답을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