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전북도는 곧바로 세계유산 후속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총 6987억원을 투자해 홍보, 관광, 인프라, 보존관리 등 4개 분야 38개 세부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며, 관련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익산시 역시 지난 2005년부터 231억원을 투입해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껏 부지 매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익산, 공주, 부여를 잇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전북과 충남 두 지역에서 손을 잡고 오랫동안 공을 들여 이뤄낸 경사였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가 세계유산으로 처음 등재된 이후 20년 만이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역사를 세계 속에 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대표단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세계 명소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했을 뿐 후속 대책이 따르지 않아 세계유산 등재가 무색할 지경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당장 성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틀을 착실히 마련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상황을 탓하는 것이다. 실제 전북도가 내놓은 계획 중 백제역사유적지구 통합관광패스라인 구축 사업과 백제역사유적지구 코스 및 루트개발 사업 등의 경우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담당 부서조차 명확하지 않다니 어디 될 법한 일인가.
익산 유적지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주·부여 지역의 경우 세계유산 등재 후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76% 증가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충남도는 백제문화의 영향권에 있는 일본의 관광객들을 겨냥해 여행상품 개발과 홍보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유산이라고 해서 해당 유적지가 절로 빛을 낼 수는 없다. 현재 익산 유적지에 탑과 전시관 외에 달리 볼거리가 없고 유적지간 거리가 멀어 관광객 동선 연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연계 프로그램 마련 등 세계유산에 걸맞은 매력을 갖추는 데 행정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