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극에 등장하는 머슴과 노비를 대가 집의 종으로 주인의 명에 따라 일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는 데, 흔히 머슴과 노비는 새경, 즉 품삯을 받는 머슴과 그렇지 아니하는 노비로 구분하며 그 의미는 매우 크다
품삯을 정하는 계약에 의해 맺어진 관계였기에 신분상으로 주인과 머슴은 동일한 수평관계였고 주인과 겸상도 할 수 있고 옷과 담배는 물론 식사 때에는 소주와 막걸리 등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머슴은 양인신분이었기에 당당히 과거에 응시할 수도 있었는데, 조선후기 서유영이 쓴 금계필담에서, 임진왜란때 의병장이었던 고경명의 후손인 고유(高庾)가 경상도 고령에서 머슴을 살다가 대과에 급제하여 고령현감을 거쳐 경상도 관찰사까지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국민을 주인으로 모실 충실한 머슴
이처럼 머슴과 노비는 완전하게 구분되며, 머슴과 주인은 일 년에 대략 논 한마지기 정도를 살 수 있는 새경과 그에 걸맞는 노동력을 주고받길 원하는 머슴계약에 의해 그 사이가 유지되는 철저한 계약관계였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벚꽃엔딩의 선율이 자주 흘러 나오는 요즘 주변에 스스로 머슴이 되고자 하는 이가 부쩍 늘어나는 걸 보면서 또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느낀다
때마다 선거철에 입지자로 나선 이들은 한 목소리로 주인이신 국민의 충실한 머슴이 되겠노라고 출사표를 올리곤 하는데, 과연 그들이 머슴계약을 마친 후에도 정말 주인을 위해 성심을 다하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열정과 패기로 열심히 일해서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기분좋게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가 하는 평가는 미루어 둔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 스스로가 머슴이 되고자 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일 잘할 것 같은 이를 주인인 우리가 머슴으로 삼고자 한다는 것이다
절대 우리는 그들을 주인으로 모실 뜻도 없고, 우리에게는 오직 주인을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밤낮없이 일 해줄 수 있는 충실한 일꾼, 진정한 상머슴만이 필요할 뿐이다
누가 진짜 우리를 위해 한 우물만 파는 진실한 일꾼이며, 진정으로 훌륭한 머슴이 될 것인지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탁월한 안목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훌륭한 일꾼을 가려낸 후에는 머슴들이 일은 잘하는지 살펴도 보고 열심히 일한 머슴들에게는 후한 격려와 응원도 해 주어 다른 마음 품지 않고 오직 주인만을 위해 힘낼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머슴이 신나야 농사가 잘 되는 법이니 이야말로 주인과 머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요, 서로가 마음에 들어 만족한 경우에라야 흡족하게 머슴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의 상머슴은 쟁기질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상머슴이라 했다던데 이제 쟁기질 정도야 기계가 예전의 상머슴보다 훨씬 더 잘 해주는 시대이건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상머슴에 대한 기대가 고프다
화려한 치장 말고 내면 진정성 확인을
머슴계약 하기 전에는 자기보다 나은 상머슴은 없고, 정말 열심히 하겠노라고 힘주어 외쳐 대다가 계약이 끝난 후에는 대충 빈둥빈둥 주인보다 상전노릇 하려고 하는 이상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어서는 안 된다
아직은 누가 진정한 일꾼인지 모르지만 옥석을 가릴 줄 아는 깊은 통찰력으로 상머슴을 선택해야 하는 신중하고 신성한 순간이 바로 코앞이다
다가올 벚꽃의 계절, 싱그러운 꽃향기에 취해 머슴 후보의 화려한 치장만 보지 말고, 내면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모두의 선택에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