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복합재 산업, 특히 전북의 탄소산업을 세계에 알린 것이 큰 성과입니다. 세계시장의 기술수준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전북 탄소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JEC World 2016(탄소복합재 박람회)’에 전북 참가단을 이끌고 다녀온 김헌 한국탄소융합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은 전북 탄소산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주시 팔복동에 자리잡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지난 2008년 첫 참가를 시작으로 올해로 9번째 JEC World 행사에 참가했다. 글로벌 복합소재 발전을 위해 1966년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비영리단체인 JEC는 ‘Journees Europeenes des Composites’(복합재료 유럽의 날)의 약어로 우리나라의 재단법인 같은 기구다.
탄소 불모지였던 전북을 세계시장에 꾸준히 알리며 전세계의 선진 탄소산업 동향을 살펴온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올해 행사에서 처음으로 독립적인 ‘한국관’을 운영하며 우리나라와 전북의 탄소산업을 세계에 알렸다.
프랑스 파리 Parc des Expositions(Paris Nord Villepinte)에서 열린 ‘JEC World 2016’은 6만2000m²면적의 전시장에 전세계 1236개 복합재 관련 기업이 참가했고, 94개국 2만8000여명이 참관했다.
JEC World에 전북에 소재한 9개 탄소관련 기업이 참여해 한국관이 설치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관에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지리산한지, (주)하이엠시, (주)데크카본, (주)씨에이피 코리아, (주)불스원 신소재, (주)피치 케이블, (주)엘텍 신소재, (주)테라엔지니어링, (주)세날 테크텍스 등 도내 9개 탄소전문기업이 별도 전시공간을 마련해 연구 성과를 전시하고 기업홍보를 병행했다.
‘JEC World 2016’은 첫 한국관 설치 운영과 함께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이 행사의 주빈국으로 선정돼 의미를 더했다. 특히 행사 첫 날 개막식이 열린 8일은 ‘한국의 날’로 진행되면서 전주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탄소산업의 위상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과시했다. JEC World 2016에서는 또 해마다 선정·수상하는 기술혁신상에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쌍용자동차, 독일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ITA)가 공동 개발한 ‘원가절감형 고효율 자동차 부품 제조를 위한 맞춤형 비굴곡 섬유강화기술’이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기술혁신상을 수상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산하 국제탄소연구소(ICC) 신현규 연구실장은 JEC World 2016 행사에 대해 “예년과 달리 세계 각국이 탄소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년에는 개별 기업 위주로 전시회에 참가했던 독일,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이 국가관을 설치 운영했다.
신 실장은 참가업체들의 대형화와 항공과 자동차 관련 탄소제품들이 많이 선보인 것도 올해 행사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 전시회에서 그림 위주로 보여줬다면 올해는 상용화된 제품이 많이 선보였고,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 위주로 부스가 마련된 특징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신 실장은 JEC World 2016 행사에 참가한 전북 탄소산업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서는 “한국과 전북의 탄소산업을 전세계에 알려 복합재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 의미이자 성과”라고 강조했다.
김헌 한국탄소융합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도 “올해 전시장을 둘러본 결과 탐소섬유와 복합재의 적용은 점진적으로 항공 및 자동차 분야에 적극 활용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항공기의 노후화와 신규 복합재 항공기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항공분야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JEC World 2016 행사에서 전북도와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1825년 개교 이후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한 독일 카를수르에(KIT) 공대와 ‘탄소복합재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상호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국내 탄소산업의 기술개발 가속화는 물론 탄소복합재 R&D 능력강화와 유럽으로의 시장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또 독일 MAI 카본 클러스터와 MOU 체결 전단계인 ‘독일 첨단 클러스터의 국제화에 관한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의 제안 협력에 대한 의향서(LOI)’를 체결해 상호간의 전략적 협력과 공동투자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MAI 카본 클러스터는 독일 남부지역의 AUDI, BMW 등 프리미엄 자동차 생산기지가 위치한 뮌헨(M), 아우크스부르크(A), 잉골슈타트(I) 등 3개 도시를 주축으로 형성된 46개 기업과 15개 교육 및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탄소산업 클러스터 연합체다.
JEC World 2016 행사를 직접 참관한 김승수 전주시장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전주는 1년에 1000만 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도시이자 첨단 탄소산업의 뿌리가 있는 도시”라며 “미래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탄소산업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JEC World '평생 공로상' 수상 하성규 이사 "대학 연구소 전문가 확보·교육 프로그램 운영돼야 전북 탄소산업 발전 견인"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국내에서 탄소산업이 가장 앞선 지역입니다. 탄소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문가 확보가 시급합니다. 대학과 연구소에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고 이들이 기업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탄소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합니다.”
JEC World 2016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하성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이사(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섬유산업과 화공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근본 기술을 갖고 있다”며 “전문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면 탄소산업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이사는 이와 함께 탄소산업이 지역 주민들과 보다 친근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소산업에 대한 밑바닥의 수요가 올라와야 한다”며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탄소산업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섬유가 무엇이고 탄소섬유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지 등을 쉽게 이해해야 탄소 소재에 친근해질 수 있고 활발한 창업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이사는 이어 “보잉과 에어버스 같은 세계 일류 항공기 제작회사들도 외부 방문단을 위한 견학코스를 운영하며 회사에 대한 친밀감을 유도하기 위한 경영을 하고 있다”며 “전북의 탄소산업을 이끌고 있는 효성도 지역 주민들이 탄소와 기업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JEC ASIA’개최권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JEC ASIA 2017’의 한국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하 이사는 “전북에 전시컨벤션 시설과 공항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서울에서 행사가 개최되면 외국 관람객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 등을 동시에 진행해 전주의 전통문화와 탄소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5년 전부터 프랑스 기업들과 복합재 연구를 함께 하면서 JEC 그룹과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하 이사는 JEC World 2016에서 평생 공로상인 ‘라이프 어취브먼트 어워드(Life Achievement Award)’를 수상했다.
1983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석·박사를 받은 뒤 1991년부터 한양대 공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이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