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당당하게 자라는 벼…〈직파 벼 자연재배〉 출간

농부작가 김광화·장영란 부부의 농사일기 / 볍씨 준비부터 수확까지, 철학 담긴 실용서

‘벼가 자신의 생존방식에 따라 스스로 잘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것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벼한테도 좋고, 사람한테도 좋으리라! 벼가 쌀이 되는 그 결과만이 목표가 아니다. 자라는 과정부터 벼하고 서로 소통하고 믿음을 나누게 된다.’

 

20여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한 김광화 장영란 부부는 18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살기 위해 밥을 먹어야하고, 밥을 먹자면 쌀이 있어야 한다는 상식에서 시작했다. 정성과 사랑으로 돌본 먹을거리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겸허하게 경험했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내가 먹는 쌀도 소중하게 대접해야 하지 않을까. ‘나락 한 알에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근본이 되는 먹을거리는 건강과 자녀교육, 문화, 예술과도 뗄수 없는 관계다. 모내기를 하다가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直播)’로 바꾸게 된 계기다.

 

한곳에 한 포기를 심는 직파는 뿌리 다침도 없고, 마음껏 가지치기를 하면서 줄기가 부챗살처럼 옆으로 퍼진다. 햇살을 한줌이라도 더 받으려고 벼 잎들이 그늘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한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자라는 벼의 모양새가 대견해 부부는 직파에 중독됐다. 햇살과 바람을 넉넉히 받은 만큼 거둔 쌀도 옹골차지 않을까.

 

벼농사의 이치는 세상살이와 다르지 않다. 논 수평을 맞추고 물을 고르는 일부터 수확 후 논 갈아엎는 과정까지. 넘치거나 부족하면 탈이 나는 모양새가 꼭 같다. 부부는 이를 ‘벼농사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쌀이 되는 벼꽃은 화려하지 않다. 꽃잎과 꽃받침조차도 없어 얼핏봐서는 꽃 같지도 않다. 꽃잎을 만드는데 드는 에너지를 온전히 자식을 남기는데 기울인다. 그렇기에 벼는 인류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 벼농사는 돈이 안된다. 그렇기에 가난한 이들도 밥을 먹을 수 있다. 벼가 우직하듯이 벼농사는 어찌보면 바보같은 짓이고, 또 다르게 보면 성스러운 일이다.’

 

직파를 하면서 써온 농사일기가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씨를 훌훌 뿌리는 직파벼 자연재배> (들녘). 5년여동안 공들인 책은 일하는 순서에 따라 계절별로 정리됐다. 논 만들기부터 볍씨 준비, 뿌리기, 직파 뒤 물빼기, 풀 관리까지. 봄에는 ‘보고 또 보아야’할만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여름에는 논에 왕우렁이도 넣어주고, 가지치기와 김매기, 물관리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벼꽃이 피는 뿌듯한 시기이기도 하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이듬해를 위한 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농한기인 겨울은 자신을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다. 벼농사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성찰해본다.

 

책은 실용적인 농사법을 소개하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부부의 철학이 담겨 있다. 남편 김광화 씨가 글과 사진을 넣었고, 아내 장영란 씨가 그림을 더했다. 농부작가로 유명한 부부는 <아이들은 자연이다> <숨쉬는 양념밥상> <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 등 농촌살이에서 얻은 지식과 사유를 담은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