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융합 일구는 전북대 캠퍼스 텃밭

구성원·학생·주민간 교류 / 진로 탐색·현안 문제 고민 / 대학·지역 상생발전 도모

▲ 이남호 전북대 총장

시민텃밭, 희망텃밭, 나눔텃밭, 힐링텃밭 등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텃밭들이 인기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공공형 텃밭은 ‘분양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텃밭과 주말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는 도시농부 인구가 200만 명을 넘었다는 예측도 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이 텃밭에 푹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현대인들이 텃밭에 주목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텃밭에는 다른 여가활동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 색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텃밭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터이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는 힐링의 공간이다. 텃밭은 또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체득할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며,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북대에도 텃밭이 있다. 농생대 옆 실습장 부지 일부를 텃밭으로 일궈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 가족은 물론 지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3㎡(약 4평)씩 분양한다. 지난해 반응이 좋아 텃밭의 넓이를 120면 가량으로 늘렸는데, 신청자 마감 결과 올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전북대 캠퍼스 텃밭은 여느 텃밭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 지역민의 경우 선착순 또는 무작위 추첨방식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대학 구성원의 경우 직업별, 전공별 안배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부 학생 옆에는 철학과 교수에게, 학생 아래쪽과 위쪽에는 취업지원과 직원과 지역민에게 텃밭을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전북대 캠퍼스 텃밭에는 분야가 다른 여러 전공의 교수들과 학생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행정직원, 그리고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지역민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언제라도 텃밭에 나가면 교수와 학생, 직원, 지역민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본부는 텃밭을 분양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장을 비롯한 대학 본부 보직교수와 텃밭 분양자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씨뿌리기 행사, 중간 수확 품평회와 삼겹살 파티, 어린이 체험교육, 가을걷이 행사 등을 열어 대학과 지역민이 통(通)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전북대 캠퍼스 텃밭이 소통의 공간이자 협업과 융합의 공간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 이공계 학생은 인문계 교수와 소통하며 인문학 소양을 쌓을 수도 있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나누며 지역민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대학 구성원들은 지역민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 지역의 현안이 무엇이고, 지역사회를 위해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나는 이런 소통을 통해 대학 구성원 간 벽을 허물고 전공 간 이해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소통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 그리고 지역대학과 지역사회를 이어줌으로써 대학과 지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지역과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면에서 전북대 캠퍼스 텃밭에서는 상추, 토마토, 당근과 같은 채소만이 자라는 것이 아니다. 텃밭을 가꾸는 가족들의 행복이 자라고, 우리 지역을 진정으로 아끼고 이해하는 인재가 자라고 있으며, 동시에 대학과 지역을 발전시킬 건강하고 혁신적인 생각들과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희망이 함께 자라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공간, 네 평짜리 전북대 캠퍼스 작은 텃밭이 특별하고 소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