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연극제 가이드 ① 극단 둥지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 조선 배경 현대 부조리 짚어

기득권 비판 작품 초연 / 30일 개막작 소리전당

▲ 극단 둥지가 제32회 전북연극제 창작초연극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을 연습하고 있다.

개나리가 만개한 봄의 문턱. 겨울잠을 자던 전북 연극판도 기지개를 켜고 화려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제32회 전북연극제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주, 익산, 군산 등지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극단 둥지, 창작극회, 극단 명태,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문화영토 판, 극단 사람세상, 극단 까치동 등 7개 단체가 참여해 창작 초연극 3편을 비롯한 7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은 대한민국연극제의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봄바람에 문화를 즐기고픈 관람객들을 위해 올 전북연극제를 면면히 살피는 가이드를 마련했다. 첫 작품은 30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무대를 여는 극단 둥지의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이다.

 

“똥작가가 되고 싶어요.”

 

다소 황당한 포부를 밝힌 극단 둥지 문광수 대표는 주로 배설물을 소재로 작품을 쓴다. 똥보다 사람이 더 더러운데 왜 사람들은 똥을 더럽다 피하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사회적 부조리가 만연한 현대 모습을 ‘똥’에 빗대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전북연극제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준비한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 역시 이러한 그의 작업관이 함축돼 있다.

 

작품은 조선 후기 한양이 똥 천지였다는 승정원일기 기록에 허구를 더해 재해석한 퓨전 사극이다. 한양으로 백성들이 몰려 도성의 저잣거리가 온통 오물과 똥냄새로 뒤범벅 됐다. 이런 변고를 방치할 수 없었던 왕은 대신들에게 사태를 해결하라고 명을 내리고 청나라로 피신한다. 이에 따라 모든 대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좌충우돌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조선시대 영조 27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문제, 기득권의 독식 등 현재의 모습을 드러낸다. 문 대표는 “민감한 사회 문제들을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게 담아내는 것이 고민이었다”며 “볼 때는 즐겁게 웃고 돌아서서 집에 갈 때는 현 사회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을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것도 특징이다. 시대적 배경에 맞춰 타악기, 대금, 기타 등이 어우러지는 퓨전 국악을 들려준다.

 

△명대사 명캐릭터

▲ 극단 둥지 연극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을 연습 모습.

“죽여라. 죽은 자 말이 없고 망령의 소리로 세상에 묻힐 것이니, 죽음만이 진실 일뿐이다.”

 

기득권을 상징하는 좌의정이 도시 정비 과정에서 꺼낸 대사. 소시민을 침묵시켜버리면 된다는 권력자들의 독단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뭐든 차면 비워내야지라~그래야 숨쉬고 살지라~.”

 

시민을 상징하는 월산댁. 딸이 배변을 못해 배가 아파 죽은 후 무엇이든 가득차면 비워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창작자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어떤 사람은 피켓을 들고 광화문에 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슴에 품고 있지만 행동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말해야 할 것을 말하고 살자. 그래야 우리가 산다”고 말했다.

 

△뒷이야기

 

배우가 배역에 몰입하다 보면 캐릭터 성격을 닮아가기도 한다. 극 중 영조는 심각한 변비가 있는 캐릭터인데 실제 영조 역할을 맡은 배우가 항문 질환에 걸려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한 매우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영의정 역할은 배우가 몇 번이나 교체되며 배우가 역할 따라 간다는 소문을 입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