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익산에 사는 A씨(72)는 밤 11시10분께 집으로 귀가하던 중 LPG 충전소 앞에서 SM3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집 주변의 도로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A씨는 안심하고 길을 건너다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날 밤 10시10분께 김제에서 어두운 갓길을 걸어가던 B씨(75)는 자신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차량에 치여 숨졌다.
최근 3년(2013~2015년)동안 발생한 도내 보행자 사망자 337명 중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운전자 및 고령 보행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 보행자는 190명, 부상자는 1507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노인 교통사고를 행정당국과 경찰이 인식하고 있음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노인들의 교통안전의식 부족과 갈수록 복잡해지는 교통 환경에 비해 노인들을 사고로 부터 예방하기 위한 시설은 미흡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노인들에 대한 운전자들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큰 이유로 지목된다.
전주 평화동에 사는 이모 씨(31)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통에 아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실버존을 제대로 조성하고 무단횡단을 단속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고령자들의 교통안전의식도 문제다.
전주시 노송동에 사는 황모 씨(81)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한참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단횡단할 때가 있는데 차들이 기다려주거나 스스로 피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보행자 부주의는 노인 보행자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없지만 노인 교통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부주의는 물론 인지능력과 활동력이 약한 탓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또한 노인은 같은 사고를 당하더라도 젊은 사람보다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이 커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의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지적 속에 전북경찰청은 오는 2018년까지 △도내 보행자 사고 다발지역 172개소 선정, 경찰 중점배치, △보행자 안전시설 개선 및 확충 △노인, 어린이 등 보행자 안전교육 강화 및 홍보 등 사망자 수를 50% 밑으로 줄이기 위한 보행자 사고 줄이기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강원지방경찰청은 노인들이 낮 시간 활동 후 오후 6~8시 귀가하는 것에 착안, 노인들의 안전귀가를 위해 경찰이 차량편의를 제공하는 노인 교통사고 예방대책인 ‘1820 프로젝트’를 시행해 지난해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을 동기간 대비 12.5% 감소시킨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도로를 건널 때 항상 좌우를 살피고 꼭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한다”며 “운전자들도 야간에 보행중인 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