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상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신문

본보 지령 20000호에 부쳐

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전북일보가 오늘로 지령 20000호를 발행하게 됐습니다. 지난 66년동안 도민들과 애환을 함께해온 전북일보는 ‘정론을 신념으로’ ‘ 봉사를 사명으로’ ‘ 도민을 주인으로’라는 사시를 내걸고 신문 제작에 힘써왔습니다. 지금까지 전북일보가 기름진 호남평야를 적셔주는 동진강 만경강처럼 생명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전북일보는 기쁜 일이 있을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에도 도민들과 함께 부둥켜 안고 호흡을 같이 해왔습니다. 전북일보 역사가 지난했던 전북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자랑스럽지만 부끄러운 과거도

 

전란의 포화속에서 탄생했던 전북일보는 종군기자들의 활약으로 당시 전황을 생생하게 보도함으로써 이 땅에 다시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가져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각인시켰습니다.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줌과 동시에 전후 복구 현장을 누비면서 전쟁으로 생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쟁 미망인과 고아가 재활 의지를 잃지 않고 자립 터전을 마련해 나가는데도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 나갔습니다. 당시 어수선했던 사회의 질서 회복을 위해서도 앞장섰습니다. 국가재건이란 시대적 당위를 인식하면서 실의에 잠긴 도민들에게 희망을 갖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도 전북일보의 작은 업적 중에 하나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의거 때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북일보는 언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국민 기본권인 언론 자유를 지켜 내기 위해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것 입니다. 박정희 유신 독재와 총칼로 정권을 찬탈했던 전두환 군부 독재 때 정권의 획일적 편집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습니다. 인권 유린 현장을 보고도 외면했던 적도 있었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강력하게 꾸짖지 못한 면도 적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군부독재에 항거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신문 제작에 임했던 것은 우리의 잘못이요 수치입니다. 정권의 앵무새 역할을 했던 사실도 부끄러운 과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북일보 역사는 우리 현대사 마냥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리역 폭발사고 때 특별취재본부를 설치해서 복구현장을 누비며 새 이리 건설을 가져오게 한 것은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오늘의 익산시 건설도 당시 사건현장의 참혹함을 제대로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중앙정부로 하여금 긴급 지원토록 했던 점은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전북일보 사시에 나타나 있듯 도민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조건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그 해결책을 모색해 왔던 것입니다.

 

등·하교하던 학생들이 급류에 휩슬려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66년에는 ‘통학의 다리 놓기’ 캠페인을 벌였고 70년대 전후 보릿고개 때는 쌀 증산 캠페인에 적극 나섰습니다. 51년 경찰무기고 화재, 66년 진안 곰티재 사고, 89년 모래재 대형 교통사고, 2002년 군산 윤락가 화재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도민들에게 신속하게 알리고 이의 수습을 위해 도민 역량을 결집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전라도 사람을 근거없이 욕하고 인신공격하는 59년 ‘야화’사건이나 79년 오영수의 특질고 사건을 부각시켜 전북인의 자존심을 지켜 내는데도 앞장서 왔습니다. 그 당시 상처 받은 도민들의 성난 민심을 하나로 결집시켜 당사자 사과와 자진 폐간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의 잘못된 언행을 준엄하게 꾸짖고 도민들과 함께 규탄, 재발 방지에 힘써 왔습니다.

 

전북일보는 지난날 역사를 통해 반성할 점이 있으면 반성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알차게 여는 신문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다가올 내일의 상황을 예측하기 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북일보는 속도의 시대를 맞아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그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 낼 수 있도록 지면 제작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독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확대 구축해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가겠습니다. 이세돌과 세기적인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이 무엇을 뜻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전북의 미래 산업 방향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하겠습니다.

 

창조와 혁신 화두를 제일 가치로

 

전북일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일찍이 간파했던 모든 분야에서의 ‘창의’를 갈파하는 신문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창조적인 면을 구축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경쟁력과 전북 경쟁력도 창조에서 나옵니다. 이 창조와 혁신이라는 화두를 전북일보는 제일 가치로 여길 것입니다. 미래의 삶의 질 향상도 바로 창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북일보는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해서 독자에게 성큼 다가설 것입니다. 국가산업화 전략에서 소외돼 전북이 현실적으로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북인의 비상한 머리를 통해 창조를 거듭한다면 전북의 미래도 밝아진다고 확신합니다. 바로 이 분야에도 전북일보가 앞장서 나가겠습니다. 동트기 전 새벽 같은 상황에서 전북일보가 도민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 내도록 그 장을 힘차게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고은 시인의 ‘그 꽃’처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꽃/을 놓치지 않도록 항상 겸허한 맘으로 세상을 주시해 나갈 것입니다.

 

전북일보가 전북인의 자존심으로 계속 남아서 세상의 중심이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오늘 지령 20000호를 축하해 주신 경향 각지의 애독자와 도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