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 종사자 등이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게 되더라도 과태료(2~5배)가 부과된다. 지난해 3월 이 법이 통과하면서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골프 접대나 식사·술자리 등 각종 청탁과 잘못된 접대 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입법 당시에도 농업계에서는 다른 금품과 마찬가지로 농축산물을 똑같이 수수 금지 대상의 금품에 포함시킬 경우 국산 농축산물의 선물 수요가 위축돼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했다. 이런 농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지난해 8월 김종태 국회의원(경북 상주)이 수수금지 품목에서 농림·축산·어업 생산품과 그 가공품을 제외토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청탁금지법은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돼 온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근절해 사회적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국민적 호응을 받고 있다. 법 시행도 전에 손을 대는 것이 국민적 감정과 거리가 있을 수 있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농촌의 어려운 현실과 농축수산물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물용 농축산물을 전부 뇌물로 단정해버리면 명절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농업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농축산물 중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명절선물로 활용되는 현실을 무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가뜩이나 판로부진에 시달리는 농축산물이 법 시행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