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위 끝에 찾아온 봄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본격적인 나들이 계절이 돌아오면서 봄바람을 타고 사람들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산으로 바다로 발걸음을 재촉하곤 한다. 그리고 이 봄바람은 그동안 수산업의 생산기지이자 어선의 피항시설로만 알려졌던 어항에도 불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천혜 조건을 타고났다. 이러한 수산업이 시작되는 곳, 어선이 정박하고 출어준비와 어획물을 양륙하는 항구가 바로 어항이다. 그동안 어항의 주된 기능은 ‘수산업 지원’이었다. 여기에 관광·레저·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더해지면서 어항이 그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총 109개의 국가어항이 있다. 각 어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과 먹거리, 이야기를 한 데 엮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연안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총 74개이니 1개 연안 시·군·구마다 평균 1.5개의 특색 있는 해양관광자원을 보유한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어촌·어항 고유의 특색을 살린 관광 자원의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해 ‘국가어항 레저관광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109개의 국가어항 중 레저관광개발 여건이 양호한 70개 어항을 선별해 복합관광형, 휴양문화형, 어촌레저형으로 구분하여 특화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어항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아름다운 어항 4개소도 선정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항별로 약 1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국가어항을 경관적·생태적·감성적·문화적 가치를 더하여 방문객들이 심미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어촌·어항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어항에 레저 선박이 계류할 수 있는 어촌 마리나역도 16개소 선정해 관련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어촌 마리나역은 해양레저 활동이 공존하는 어업겸용 소규모 마리나 시설로서 어업활동 공간과 구분되어 해양레저 활동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계하는 ‘해상간이역’이다. 어항과 연계한 어촌 마리나역은 요트 등 해양레저선박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해양레저 관광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어촌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 부안에는 아름다운 어항 4개소 중 하나인 격포항이 있다. ‘사랑과 낭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어항’을 테마로 올해 실시설계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부안 격포항 외에도 주꾸미와 자하의 어항인 고창 구시포항, 홍길동전 율도국의 실제 모델인 위도에 위치한 부안 위도항, 멸치의 길목인 군산 연도항, 섬 전체가 바다낚시 포인트인 군산 어청도항 등 저마다의 특색과 스토리를 간직한 고유의 어항이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마다 있다는 것은 전북의 큰 자산이다.
우수한 자연경관과 특색 있는 건축물을 자랑하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인구가 3000명에 불과한 쇠퇴하던 섬에 예술의 옷을 입혀 연간 관광객 50만명 이상이 찾는 나오시마 섬 등은 어촌·어항에 관광과 레저를 접목하여 지역경제를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해양수산부의 국가어항 레저관광개발은 새로운 해양관광명소로서 어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미래지향적 레저관광모델이 될 것이다. 어촌과 어항이 많은 방문객들이 휴식과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낭만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도민 여러분들께 이번 주말에는 봄바람을 타고 가까운 어항을 찾아 탁 트인 바다와 따스한 햇살,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기를 추천해 본다. 덤으로 갓 잡은 신선한 수산물도 즐기면 금상첨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