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고산성의 ‘동포루지(東砲樓址)’성벽이 조선시대에 두 차례에 걸쳐 각기 다른 축조기법으로 쌓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동포루지에서 적을 관측하고 방어하도록 성벽에 덧붙여 만든 시설물인 ‘치(雉)’와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등도 발굴됐다.
(재)전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박영민)은 지난해 7월부터 전주 남고산성을 발굴·조사했다.
현재 사적 294호로 지정된 남고산성은 전주시 남쪽의 고덕산에 자리한 석축 산성이다. 남고산성에 대한 보존 및 종합정비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가 계획의 일환으로 남고산성 동포루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전라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했다.
조사 결과 성벽 상단부와 하단부의 축조기법이 다르고, 일부 구간에 먼저 쌓은 성벽구조가 존재해 두 차례에 걸쳐 축조됐음이 확인됐다. 먼저 조성된 성벽 하단부는 장방형의 반듯한 큰 석재로 정교하고 견고하게 쌓은 반면, 후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벽 상단부는 흙과 서로 다른 모양의 작은 석재를 섞어 비교적 허술하게 축조했다.
또한 성벽 바깥쪽에 있었던 치(雉)는 성벽을 쌓은 후 그 바깥쪽에 돌과 흙을 이용해 장방형으로 쌓았다. 전라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치 시설에는 주춧돌이 잘 남아 있는데, 형태로 보아 정면 3칸 측면 1칸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역시 축조기법 등을 고려하면 두 차례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보이고 시설 내부에 다량의 목탄과 소결흔, 고열에 노출돼 변색된 석재 등이 있는 것을 볼 때 화재로 폐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형태와 위치 등으로 보아 누각 형태의 포루(砲樓·포를 설치해 쏠 수 있는 공간)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물은 주로 기와가 출토됐는데 집선문(직선이 가로 세로 대각선 방향으로 채워진 무늬)과 수파문(반원이 서로 중첩돼 있는 무늬) 문양을 가진 조선시대 기와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유물 출토 양상을 볼 때 성벽이 조선 시대에 두 번에 걸쳐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성벽과 성벽 내측의 건물지에 대한 발굴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남고산성의 축조방법이나 축조시기 등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었다”며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의 축조기법이나 시기별 변천양상, 성벽외측에 잔존하는 치(雉)시설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라문화유산연구원은 8일 오전 11시 전주 남고산성 발굴현장(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산228번지 일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문의는 063-211-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