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막중한 자리로, 가려 뽑힌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으로 ‘선량’(選良)이라 부르기도 했다.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 다양한 판단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꼭 포함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청렴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15년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조사대상 168개국 중 37위로 전년대비 6계단이 상승했다. 37위라 하면 그다지 낮은 성적은 아닌 듯 보이나, 조사대상을 OECD 가입국으로 좁혀보면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OECD 가입국 중 헝가리, 터키, 멕시코 등 6개국만 우리보다 점수가 낮다는데서 심각성이 느껴진다.
한국연구개발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청렴도는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가청렴도 1점 상승시 1인당 국민소득이 4713달러 상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렴도를 높여야하는 이유가 꼭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일까. 아니다. 역사를 보면 한 나라의 멸망 뒤에는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있었고, 지금도 후진국에서는 부정과 뒷돈이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청렴을 강조하였는데, 대표적인 이로는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있다. 다산은 친구의 아들이자 영암군수이던 이종영이라는 사람에게 공직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육렴(六廉)을 말하였다. 재물과 색(色), 그리고 직위에 청렴하라 하였고, 청렴해야 투명한 행정을 펼 수 있고, 공직자로서의 권위가 서며, 강직한 공직자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다산은 ‘목민심서’ 율기(律己)편에서 ‘탐욕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大貪必廉 人之所以不廉者 其智短也)라고 역설적 비유를 들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가질 수는 있지만 더 큰 욕심이 있다면 사사로운 이권이나 재물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즉 4·13 총선에서 우리가 뽑아야할 국회의원은 대탐(大貪)을 지녀야지 조그만 이익에 얽매어 뇌물을 받거나 작은 이익에 현혹되는 졸부(拙夫)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재물에 현혹되어 뇌물을 받아 구속되고, 색(色)의 유혹에 넘어가 구설수에 오르며, 직위를 남용한 월권행위로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공직자들을 보면, 시공을 초월한 다산의 주장은 너무도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사회는 혈연, 학연, 지연 등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자칫 ‘연(緣)’과 ‘정(情)’에 끌려 선택을 하다보면 4년 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 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청렴한 가치를 지닌 후보자를 뽑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후보자들만이 청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우리 모두 다같이 잘살기 위해서 후보자가 누구인지 잘 따져보고 이왕이면 큰 욕심과 큰 뜻을 품고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