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 김점동 변호사

우리지역에서 국제축구대회가 몇 번 열렸다. 세계적인 수준급 선수들이 참석할 경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춘 호텔이 없어 참가선수단 중 일부가 대전 등 타 시·도 호텔에 투숙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형 소비시장 구축해 구매력 높여야

 

요즘 언론에 중국 여행객들에 대한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며칠 전 인천에 1만5000명의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다녀가면서 서울시내 주요 면세점의 하루 매출이 평상시 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는 보도를 보았을 것이다. 관광 목적이 휴식에 더해 볼거리·먹거리·쇼핑에 있다면 우리지역 관광조건은 볼거리·먹거리는 다양하지만 버젓한 숙박시설이나 쇼핑조건이 부족하니 관광객 유치가 말처럼 쉬운 일인가?

 

우리 지역도 2008년 영·미·중동이 합작으로 새만금 비응항에 50층에 이르는 호텔 건립 계획이 있었고, 익산 KTX 복합환승센터 건립 계획, 전주 종합경기장에 롯데쇼핑몰·컨벤션 건립계획 등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그 계획들이 모두 중도에 무산됐다. KTX복합환승센터는 쇼핑몰 포함 건립비가 2000억여 원이 드는데 익산시 인구 30만 등으로는 채산성이 없고, 전언에 의하면 롯데쇼핑몰도 원리금 회수기간이 20여년으로 손익분기점인 12~13년을 훨씬 초과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수요 부족으로 건립 계획이 전부 무산됐는데 새만금사업 등에서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수요 부족은 곧 소비시장의 영세성에서 기인한다. 몇 천억 원을 투자해 대형호텔이나 대형매장을 건설했다면 그에 걸맞은 구매력이 전제돼야하는데, 우리지역에서는 그 전제조건이 결여되어 있다. 전국이 광역도시건설에 매진하고 있고, 충북은 청주·청원이 통합해 83만 이상 인구가 됐는데도 100만 도시 건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대형소비시장을 통한 높은 구매력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지역발전을 꾀하려는 것이다.

 

작년 3월 기준 기업유보자금 1000조원이 넘는 돈은 재정자금과 달라서 수익이 나는 곳, 구매력이 있는 곳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우리 지역도 지역발전을 위해 소비시장의 정비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지역 정치나 행정 모두, 정부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 도로, 항만, 철도, 통신망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정치적 업적을 선전하는 데는 극히 유용한 수단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구매력으로 직접 연계되어 지역 활력을 제고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사회간접시설을 바탕으로 민간자본의 활발한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통해 우리지역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고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전이 그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경제적 생활공동체 형성, 민자 유치를

 

다행히 우리지역은 소비시장의 정비문제에 있어서 타 시·도보다 우수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전주, 김제, 익산, 완주, 부안, 군산 등 140만 인구가 그 사이에 큰 강이나 산 등의 장애물 없이 지근거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 중심지역에 KTX역을 설립해 역세권을 개발한다든지, 도의 부청사를 설립하고 산하기관을 집중적으로 이전하는 한편, 각 시·군 간 교통을 재정비하는 등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다면 지금까지 구매력을 낮게 평가해온 민간자본들이 앞다퉈 우리지역에 투자하지 않을까?

 

정부에 대한 예산투쟁도 중요하기는 하다. 그에 맞춰 시장정비에도 매진해 민간자본의 유치에도 함께 노력하는 사고의 전환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