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은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경제 파탄과 불통, 민주주의 압살과 민의와 국회를 무시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였다.
전북도민은 여기에 더해 표로써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했다. 낡고 무능한 전북정치권을 갈아엎고 정치구도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무능과 무기력, 무책임으로 실체를 떠나 패권 정치의 상징이 덧씌워져 있는 문재인 주도의 더불어민주당을 대신해서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호남의 선택이 제1당과 제2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단비가 되었다. 오만과 독선, 방자함으로 국민을 도외시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했다.
창당한 지 채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며 30여 년 동안의 민주당 독재를 끝장냈다. 호남의 지지를 자신의 거취와 연동시켜 대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를 거명한 문재인 전 대표를 과감히 뿌리쳤다. 호남에서 불기 시작한 국민의당 지지의 녹색 바람은 수도권에서는 두 야당에 대한 전략적 교차투표로 이어져 민주당의 압승과 새누리당에 탄핵 상황과 버금가는 패배를 안겼다. 제3정당이 제대로 평가받았다. 제3당은 야권 분열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 범야권 진영의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와 무당층,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일부 끌어들였다. 혹자는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의석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과거의 사례를 종합해보고 국민의당 지지층에 대한 분석과 정당투표 상황을 보면 근거가 약하다. 단순한 야권연대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의 자생력이 떨어지고 도리어 반대 진영의 결집이나 지지자들의 이탈, 실망한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이번 4·13 총선은 유권자들이 얼마나 현명한가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협박과 굴종을 강요한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 2중대로 전락하며 공천 과정에서 공관위장의 안하무인과 칼춤, 막말 파문, 살생부, 옥새 파문에 이르기까지 보여줄 것은 모두 다 보여준 새누리당을 심판했다.
더 민주당은 경제심판론을 내세우며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여타지역에서 선전하며 제1당으로 부상했으나 호남에서의 완패로 절반의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는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이다. 원내 교섭단체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특히 정당투표(비례대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많이 득표하였다. 그만큼 기득권 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았다는 반증이고 국민의당의 “문제는 정치다.”에 동의하며 민의를 전혀 대변하지 못하는 양당을 심판한 것이다.
이제 전북은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의원이 공존하게 되었다. 오랜 독과점 체제에서 안주하며 변화에 둔감했던 전북에 새로운 정치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국민의당 당선자들은 민의의 무서움을 알고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정동영, 유성엽 의원 등이 앞장서서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과 함께 전북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당선자는 자신을 뽑아준 전북 도민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본인이 늘 공언해 왔듯이 일할 기회를 준 지역 유권자와 전북도민에게 실천으로 화답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여소야대는 무능하고 오만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정서와 호남발 녹색바람, 수도권 유권자의 전략적 교차투표에 의해 얻은 어부지리 성 성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민심에 의거한 책임감으로 국회활동을 주도하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극복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연대와 협력, 경쟁을 통해 국회를 활성화하고 제3당에 걸맞은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들로 드러내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경제문제, 청년실업,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국가적 현안들을 논의하며 낙후 전북의 미래를 고민하고 나아가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힘찬 페달을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