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에 앉아 - 김제김영

꽃 속에 앉아

 

빗질 자국 가지런한 내 몸에

 

이슬비가 놀러 오면 먼 나라의

 

몸피 하얀 자작나무 이야기를 졸라야지

 

나는 괜히 눈가가 촉촉해질 거야

 

물푸레나무를 푸르게 받아쓰는

 

시냇물도 아는 체 해야지

 

부엌으로 가서 노을 같은 꽃잎

 

두어 개를 느긋하게 구워

 

양떼구름에게도 하나 건네줘야지

 

우편배달원 나비가 암술에게

 

때를 알려주면

 

얼른 꽃잎 대문 지그려주고

 

나도 씨방에 들어가 자올자올

 

공짜로 잠들어야지

 

△‘씨방에 들어가 자올자올/ 공짜로 잠들어야지’ 꽃 속에 공짜로 잠드는 이는 누구일까? 빗질 자국 가지런한 화자의 몸에 이슬비가 되어 놀러가고 싶다. 시냇물도 양떼구름에게도 화자의 마음을 건네 줄 우편배달원이 될까보다. 꽃잎 대문 지그려줄 시인을 불러 본다. 눈가가 촉촉해지도록 꽃 속에 앉아서 불러보련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