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시인이 시골 생활을 하며 수탉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시로 담았을지 싶다. 시인을 짜증나게 한 수탉의 울음소리가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에게는 행운을 줬다. 그가 ‘꼬끼오’를 트레이드 마크 삼아 새누리당 간판으로 전주을 선거구에서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정 당선자의 정치적 행위를 보면 기인에 가깝다. 2010년 도지사 후보에 출마하며 한국토지공사 전북유치를 공약했던 정 전 장관은 그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석고대죄에 들어간 것이 그 한 예다. 당시 그는 흰옷 차림으로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에서 지내며 1주일간 ‘석고대죄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신의 멘토인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며 좌우명인 ‘사즉생’ 정신으로 자신을 버림으로써 도민의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 때 함거가 이번 선거에도 동원됐다.
‘꼬끼오’구호도 거기에 담긴 함의와 별개로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이, 지역장벽에 갇힌 전북의 새벽을 열겠다는 의미로 도지사 출마 때부터 ‘꼬끼오~’유세를 해왔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타타닥 꼬끼오~’를 세 번 외쳐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유권자들을 향해 장관 출신의 정치인이 오죽하면 홰를 치는 모습까지 연출해야 했을까. 어찌 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꼬끼오’를 천연덕스럽게 외치는 정 전 장관에게 유권자들이 마음을 열었다.
닭과 관련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신 막바지였던 1979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된 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유명하다. 정 전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데 일조한 ‘꼬끼오’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문제다. 전북 총선에서 20년 만에 배출된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그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선거 구호로 ‘10명의 야당 의원 몫을 하겠다’고 내걸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신지식 농업인으로 소개될 정도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가 새로운 무대에서 전북의 새벽을 어떻게 깨울지 두고 볼 일이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