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온갖 어려운 삶을 살아오면서 이 나라의 대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 난 곳으로 돌아와 소요산 동쪽 자락인 안현마을 뒷산에 그의 선조들과 함께 영면했다. 생가와 산소 사이에, 삶과 죽음의 한복판에,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시문학관이 세워졌다. 시인의 생가와 묘소와 기념공간을 한곳에 모아놓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게다가 이곳은 너무 아름답다. 산과 바다, 마을과 논밭들이 자연스럽게 널려 있으며 개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자연 박물관’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방문객이 1년에 20만 명 이상 찾아오는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명소다.
마을의 집 한 채 한 채, 우물터, 시냇물, 꼬부라진 골목길들이며 빈 밭뙈기들이 모두 고부가 가치를 지닌 소프트파워다. 하버드대학의 조세프 나이 교수는 21세기 사회가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의 시대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과 이야기와 감성이 지배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는 미당의 시구는 이곳 시문학관의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느낄 때 ‘소프트파워’로서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방문객은 미당의 시를 비로소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체험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질마재 마을이라는 공간을 사랑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품격 높은 소프트파워를 체험하는 문학문화 박물관으로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 갈 수 있는 보석 같은 현장이다. 마을 전체를 테마파크로 바꾸는 대담한 상상력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줄 수 있다. 1차 농산물이 아닌 4차 생산물을 연중 생산하고 공급하는 주민 중심의 도전적인 ‘마을 만들기’와 이를 지원하는 행정 마인드가 필요하다.
무엇이 4차 생산물인가. 미당의 주옥같은 명시에 등장하는 대상물들을 제2, 제3의 또 다른 문화생산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미당 산소 앞에 심어놓은 노란 가을 국화( <국화 옆에서> ), 하루빨리 복원해야 하는 외가(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영산홍 꽃잎에는 산이 어리고’( <영산홍> )의 영산홍 꽃단지,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를 흠뻑 느끼게 하는 ‘연꽃 단지’들은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21세기형 새로운 테마파크의 가능성을 이곳 주민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이웃 고장에서는 허허벌판에 자운영꽃을 심어 나비축제도 하는 마당이다. 이곳 질마재 마을에는 미당이라는 탁월하고 독보적인 문화상품이 있지 않은가. 연꽃> 영산홍> 외할머니의> 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