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부성 역사·문화관광지구 지정 계획 (상) 의미와 문제] 원주민 재산권 제한·지나친 상업화 우려

시, 보존 가치 높은 원도심 정체성 복원 / 관광자원화 치중 땐 한옥마을 과오 반복

전주시가 전주한옥마을 인근 옛 전주부성 일대를 역사·문화 관광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옛 전주부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옥과 근대식 건물 등 역사문화자원 등을 활용해 한옥마을로 국한된 전주의 역사·문화관광지구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즉, 한옥마을 관광객을 인근으로 분산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곳을 한옥마을처럼 지역주민과의 소통 창구 없이 관광지화를 추진하면 투기자본의 형성, 주거약자의 유출, 역사문화적 가치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전주부성 일대의 역사문화보존 지구 지정계획에 대해 전북지역의 학자, 한옥마을 시민, 전주시의회의 견해를 들어보고, 성공적인 역사·문화 관광도시 조성을 위한 근본적 과제를 짚어본다.

 

전주시는 전주부성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역사도심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용역을 추진하는 공간은 중앙동과 풍남동 일대로 전주 원도심 지역에서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역사교육과)는 “전주부성의 성벽지, 전 근대 도시의 구획을 나눠놓은 옛 길의 흔적 등이 크게 파손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해당구역의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양연수 전주시 생태도시국장은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의 고도, 건축행위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관리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는 내년 7월까지 ‘역사도심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마칠 계획이며, 이후 한옥마을과 연계된 관광코스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역사·문화관광지구로 지정하기 전, 원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됨에 따라 한옥마을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문제로는 재산권 행사의 제한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다.

 

지난 1월 지방자치단체장의 연구모임인 목민관 클럽 제11차 정기포럼에서 발표된 ‘전주시 젠트리피케이션 현황 및 대응 방향’따르면 지난 1999년 한옥마을이 ‘전주생활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재산권 권리가 제한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밝히고 있다.

 

진양명숙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BK 21Plus 사업단 연구원은 “주민 의견 수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진양명숙 연구원이 지난 2014년 5월 문보람 전북대 무형문화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발표한 ‘주거지에서 관광지로: 전주한옥마을 관광지화의 명암’이라는 논문에서는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지적됐다.

 

상업시설의 증가에 따른 주거용 한옥의 감소, 상업자본 침투로 인한 원주민과 예술가들의 이탈, 역사문화적 가치훼손, 원주민과 이주민과의 갈등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옥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이 연구에서는 특히 한옥마을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인구감소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과정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이기용 씨(당시 63)는 “한옥마을의 많은 거주민들이 집을 팔고 나가 예전부터 살던 사람들은 전체 주민의 40%도 안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진양명숙 연구원은 “전주부성 일대를 역사문화도시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관광지구의 확대라는 관점에만 치우치면 한옥마을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