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조사의 참담한 실패와 대책

여론조사 회사 난립 / 자격조건 대폭 강화 / 검증된 언론보도를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4·13 국회의원 총선은 끝났다. 하지만 제 1당조차 예측하지 못해 전 국민을 커다란 혼동과 충격에 빠뜨린 여론조사에 대한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 선거결과가 나오자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언론사 모두가 여론조사에 속은 것을 매우 분통해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전라북도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주 선거구들만 보자. 투표일 1~2주일을 앞두고서 도내 언론사들은 없는 살림 털어서 야심차게 여론조사를 실시하였지만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하였다. 물론 조사시점과 투표일과의 시차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조사가 잘못된 것이다.

 

먼저 전주갑 선거구의 경우 3개 여론조사 모두 더불어 민주당 김윤덕 후보가 국민의당 김광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전주KBS-전북일보’는 1.3%포인트, ‘뉴스1’은 2.7%포인트, ‘전주MBC-JTV-전북도민일보’는 무려 22.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투표일 당일에 투표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3사 출구조사 조차도 김윤덕 후보가 2.7%P 차이로 승리하리라고 예측하였으나 결과는 김광수 후보가 1.1%P 차이로 당선되었다.

 

전주을 선거구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실시된 3개 언론사 여론조사는 모두 더불어 민주당 최형재 후보가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를 1.3%P, 2.9%P, 2.6%P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출구조사만큼은 정후보가 2.4%P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선거결과 역시 정후보가 불과 111표인 0.2%P 차이로 승리하였다.

 

전주병 선거구는 사전 예측이 갈렸었다. 3개 언론사가 실시한 사전조사들 중 2개사는 김성주 후보가, 1개사는 정동영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전주KBS-전북일보’와 ‘전주MBC-JTV-전북도민일보’는 각각 4.5%P, 4.8%P 차이로 김성주 후보가, 반면에 ‘뉴스1’은 2.1%P 차이로 정동영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방송3사 출구조사는 정후보가 1.9%P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실제 결과는 정후보가 불과 0.7%P 차이로 이겼다.

 

이번 총선여론조사들이 민의를 반영하기 보다는 오히려 민의를 왜곡시키다 보니 여론조사 무용론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유해론 까지 등장할 지경이다. 대부분의 정당들은 전적으로 여론조사에 근거하여 내부 경선을 치렀는데, 엉터리 여론조사로 인해 떨어진 후보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겠는가?

 

그러나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없애거나 금지하기는 어렵다. 마치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 자동차 기능과 도로환경을 개선하여 자동차 사고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듯이 여론조사 역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으로 안심번호 이용 확대, 무선전화조사 비율 확대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거철에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수백 개의 떴다방 여론조사회사들을 규제하고 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 엉터리 여론조사회사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조사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아울러 ARS조사를 하기 때문에 조사비용이 면접전화조사의 10~2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선거여론조사회사에 대한 자격조건을 대폭 강화하여 엉터리 여론조사가 들어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언론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언론사들은 조사경비가 싸다는 이유로, 때로는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여론조사의 질을 검증하지 않고서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 언론은 무선전화조사를 병행하지 않은 조사나 ARS조사 같은 신뢰도가 낮은 여론조사는 아예 실시하지도 말고 보도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실패는 계속될 것이다.